땅집고

배곧서울대병원 입찰 건설사 '0곳'…겹악재에 시름 깊어지는 시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3.02 11:36

[땅집고] 이달 경기 시흥시 배곧동 일대에 들어서는 '배곧서울대병원'을 짓겠다는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어 사업 입찰 공고가 무산됐다 . /연합뉴스


[땅집고] “집값 반토막나도 ‘서울대병원’ 호재 하나만 믿고 있었는데, 병원 짓겠다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다니…. 이러다 사업이 아예 무산되면 어떡하나 싶고,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입니다.” (경기 시흥시 주민 A씨)

경기 시흥시는 부동산 상승기였던 2년여 전까지만 해도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이하 전용) 기준 집값이 1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 일대 집값도 수직하락해, 같은 평형의 주택 가격이 5억원대로 반토막났다. 이런 시흥에 최근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지난 20여년 동안 시흥시 주민들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배곧서울대병원’ 시공사 모집에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신청하지 않아, 입찰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20여년째 표류 ‘배곧서울대병원’, 이번엔 낮은 공사비에 발목

[땅집고] 그동안 '배곧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시 일대 지역 경제를 살린 초대형 호재로 꼽혔다. /시흥시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사업은 시흥시와 서울대가 2009년 ‘국제캠퍼스 및 교육의료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 248 일대에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11만7338㎡(3만5495평), 총 8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배곧서울대병원은 시흥시를 수도권 핵심 지역으로 일으켜 세울 ‘대박 호재’로 꼽혔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당초 2018년 개원이 목표였는데, 2023년이 되도록 병원이 착공조차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다 올해 병원 신축공사를 맡을 건설사를 모집하는 공고가 뜨면서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따르면 발주처인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30일 총 공사비 3781억원 규모의 배곧서울대병원 턴키(설계·시공 일괄) 방식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올해 착공해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경쟁입찰은 무산됐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서류 제출 마감일인 이달 20일까지 참가를 신청한 건설사가 단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 원인을 서울대 측이 제시한 턱없이 낮은 공사비 때문이라고 했다. 공고상 3.3㎡당 공사금액을 계산하면 1000만원 정도인데, 최근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최소 1300만~1500만원 정도는 되어야 시공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정수 호원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배곧서울대병원 같은 대형 종합병원은 일반 건축물보다 시공이 까다롭다. 그런데도 5~6년 전에나 통용되던 평당 1000만원대 공사비를 제시하니 당연히 짓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집값 10억→5억 ‘반토막’ 이어 ‘서울대병원 호재’까지 무산 위기?

[땅집고] 경기 시흥시 배곧서울대병원 부지 인근 34평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배곧서울대병원이 건설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집값 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시흥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 넷째 주까지 17.9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흥시 일대 굵직한 아파트 단지마다 집값이 반토막났다.

배곧서울대병원 부지 바로 옆에 있는 ‘한라비발디캠퍼스2차’ 84㎡는 2021년 9월까지만 해도 8억원에 실거래됐는데, 올해 2월에는 4억8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1년 5개월여 만에 집값이 40% 빠졌다. 마찬가지로 병원 개발 호재를 업고 집값이 10억원을 찍었던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 84㎡도 올해 1월 5억4500만원으로 거의 반값에 거래됐다.

시흥시 지역 커뮤니티에선 “지금 시흥시 집값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 곳에 병원 짓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다니 너무 큰 악재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공사비 조정없이 재공고…업계 “입찰 불발 불보듯”

[땅집고] 이달 24일 서울대병원은 무산됐던 기존 공고상 공사비와 동일한 내용으로 재공고를 올렸다. /나라장터


지난 24일 서울대병원은 나라장터에 배곧서울대병원 시공자 모집 공고를 다시 게시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턱없이 적다’는 업계 지적에도 공사비 변동 없이 재공고를 냈다.

배곧서울대병원 건립시설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원칙상 재공고까지는 공사비 변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배곧서울대병원 뿐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재공고에서도 입찰하는 건설사가 하나도 없어 유찰된다면, 그 때부터 추가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보기로 내부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재공고에 입찰할 건설사 역시 ‘0곳’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따라서 서울대병원이 공사비 조정을 하지 않고 재공고를 내는 것은 사업 추진 일정을 늦추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박정수 겸임교수는 “지난해 인천시에 착공한 송도세브란스 병원(800병상)이 배곧서울대병원과 비슷한 규모인데, 평당 1100만원에 시공업체를 구했다”며 “따라서 배곧서울대병원은 최소한 이보다는 더 높은 공사비를 제시해야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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