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물 준공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입점이 한 번도 안 된 곳이 수두룩합니다. 이 건물만 해도 공실률이 90%, 금강 수변공원 일대 상가 공실률은 최소로 잡아도 50% 입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은 세종시청 맞은 편에 위치한 금강 수변 일대 한 상가 건물. 3층짜리 건물 내 40개 점포 중 4곳을 제외한 36곳이 텅 비어있다. 공실률이 무려 90%다. 2, 3층은 건물이 통째로 공실이다. 수변 일대 다른 상가 건물 10곳도 마찬가지다. 공실률이 적게는 50%, 평균 70%에 달한다. 건물을 둘러보니 유리에는 임대 문의 전단지가 붙어있고, 상가 내에는 먼지만 가득 쌓여있다. 수변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45)는 “일부 공무원들만 점심시간에 찾을뿐 주중 저녁이나 주말에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1층 상가도 입점이 한 번도 안 된 곳이 있을 정도로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강 수변상가는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세종시청과 세종세무서 바로 앞에 위치해 명당으로 불렸다. 관공서를 찾거나 수변공원을 산책하는 주민들이 상가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사람도, 입점한 점포도 없는 유령상권으로 전락했다.
당초 금강 수변상가 구역은 세종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음식점·제과점 등으로 입주 업체가 제한됐다. 행정도시 경관미를 살리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금강변 상가 업종에 제한을 둔 것이다. 그러나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종시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업종 제한을 풀었다. 미용실과 서점, 업무시설까지 허용해준 것이다. 그러나 넉 달이 지났지만 효과는 없다. 유인호 세종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보람동에서 대평동에 있는 금강 수변 상가를 직접 둘러본 결과 498개 점포 중 공실로 남은 곳은 287개(57.6%)로 확인했다”며 “상가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세종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세종 랜드마크라 불리는 금강 보행교가 개통하면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임대료까지 높아졌다.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2000~3000만원, 100만원 안팎이던 월 임대료가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보행교가 개통했음에도 상가를 찾는 사람은 늘지 않고 공실 문제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상인들은 임대료를 낮추고 병원, 학원, 스크린골프장 등 유흥업을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업종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 등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이 22.9%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0.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세종 대표 상권인 나성동 어반아트리움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중심상업지역 P1부터 P5까지 5개 블록을 이어 개발한 대형 쇼핑몰이다. 길이만 1.4㎞에 달하는 국내 최장거리 스트리트몰로 주목 받았다. 세종시 중심상권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준공 5년차가 되도록 시민들과 소상공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세종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어반아트리움 P5 블록의 상가건물 1층 76개 점포 중 영업 중인 곳은 10곳이 채 안 된다. 2층도 35개 점포 중 4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어반아트리움 공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싸게 팔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당시 어반아트리움 1층 상가 기준 평당 분양가는 1억원에 달했다. 나성동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10평 넘는 상가 보증금이 3000만원, 임대료가 300만원에 이르니 들어올 임차인도 없다”며 “LH가 세게 분양을 하니까 수익률을 따졌을 때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료도 낮출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세종시 상가를 두고 ‘소상공인의 무덤’, ‘유령상가’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수에 비해 상가가 과잉 공급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업용지 분양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상업지역은 물론 주거지에도 상가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실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성동에 최근 지어진 주상복합 4개 단지는 3500가구 규모인데 단지 내 상가 수는 1000개에 육박한다.
상가마다 층수, 지역에 따라 묶인 업종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명식 상가빌딩 투자전략연구소 대표는 “세종시에는 아직 공급되지 않은 상업용지 분양 물량 꽤 많이 남아있다”며 “해당 부지 분양을 미루거나 주차장이나 공공기관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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