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공급한 임대아파트 ‘관악드림타운’ 입주자로 선정된 A씨. 이달 10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사전점검(주택개방) 기간에 당첨된 주택을 방문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치 공포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폐가’같은 집 내부가 펼쳐졌던 것.
A씨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현관문에서 바로 보이는 부엌 쪽 천장에 잉크처럼 보이는 새까만 물질이 온통 흩뿌려져있어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난다. 벽지는 가구를 뒀던 자리만 하얀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누렇게 변색돼있다. 기존 세입자가 집 안에서 흡연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름 ‘옵션’인 붙박이 서랍에는 바퀴벌레 배설물로 보이는 까만 물질이 가득차있다.
이 같은 주택 상태에 실망한 A씨는 SH 측에 “이 집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며 항의했다. 주택 관리 담당자는 전반적인 보수는 해주겠다고 답변했지만, 화장실 타일이나 작은방 창호, 발코니 샷시 청소는 A씨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SH가 지정한 계약일은 3월 중이다. 관리사무소는 일단 계약금을 내야 주택 내부를 수리해준다고 했지만, A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계약에 앞서 보수를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A씨는 “계약 전에 (SH가) 보수해줄 것인지 확인하고, 안해준다고 하면 아예 계약을 안 할 생각이었다”며 “3월 계약 전 보수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SH 등 공공이 공급한 임대주택에 당첨돼 부푼 마음으로 사전 방문했다가 열악한 집 상태를 보고 크게 실망하거나 계약을 포기한 입주 예정자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SH 방침상 임대아파트 당첨자들이 일단 계약·입주한 뒤 하자보수를 신청해야 보수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 주거비용이 시세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닌데, 쾌적하지 못한 집 상태를 보여주고선 일단 임대차계약 먼저 체결하자는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SH는 내부 지침을 개정해 비슷한 사태를 사전 예방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기존 거주자가 퇴거하는 즉시 보수에 착수해, 언제든지 입주 가능한 깨끗한 주택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주택공급부서는 입주자 선정시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공가(空家)는 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할센터 역시 시설물 보수를 마친 주택만 전산에 입력하도록 업무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다.
임대주택 관리 지침이 바뀌면서 SH가 추가적으로 들여야 하는 예산은 얼마일까. 이 같은 땅집고 질의에 SH관계자는 “공실을 보수하는 시점만 ‘주택 공개 전’에서 ‘공가 발생 즉시’로 앞당기는 것이라 예산에는 큰 변동이 없다. 예산 차이가 크지 않아서 이번에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다만 각 임대주택 상태에 따라 보수가 필요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비용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했다.
김헌동 SH 사장은 “앞으로 SH공사의 임대주택을 방문한 시민이 얼굴 찌푸리지 않고 웃을 수 있도록 공가 세대를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현실에 맞지 않는 낡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1000만 서울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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