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 지었는데 "공사비 2391억 더 줘"…부산 엘시티 역대급 소송전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2.27 07:33 수정 2023.03.10 15:16
[땅집고]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들어선 지상 101층 주상복합시설 '엘시티'. /김동환 기자


[땅집고] 부산 해운대에 들어선 최고 101층 주상복합시설 ‘엘시티’(LCT)가 완공 3년이 넘었는데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초대형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엘시티PFV를 상대로 이미 받아간 추가 공사비 388억원을 제외하고 2391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더 달라고 요구한 것. 업계에서는 추가 공사비 규모가 서울에 1000가구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라서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엘시티는 2019년 11월 해운대에 완공한 지상 101층 주상복합 시설이다. 지상 84층 아파트(882가구) 2개동과 지상 101층 랜드마크타워로 구성된다. 랜드마크타워에 6성급 호텔 ’시그니엘 부산’(561실)과 전망대 등이 있고, 아파트와 랜드마크타워 사이에 상업시설과 워터파크도 있다. 국내에서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 다음으로 높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준공검사(2019년11월)가 끝난 지 7개월여가 흐른 2020년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엘시티PFV를 상대로 ‘공사대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아직까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송은 양사가 최초 계약했던 도급공사액(1조4730억원)과 추가 공사비 명목으로 이미 받아간 388억원을 제외하고 포스코건설이 추가로 투입한 돈을 달라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이미 받아간 추가 공사비(388억원)와 추가 청구한 공사대금(2391억원)을 합치면 최초 도급공사액(1조4730억원)의 약 20%에 달한다. 당초 계약한 도급공사비 1조4730억원은 포스코건설에 지급을 완료한 상태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PFV 측 사정으로 당초 실시설계 도면(CD, Construction Documents)이 바뀌면서 원래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공사를 시행했다고 주장한다. 포스코건설 측은 도급계약 당시 시행사가 제시한CD는 완성도가 50% 수준이었고 100% 완성 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설계 변경에 의한 추가 공사비라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현재 법원 결정으로 전문 감정인이 추가 공사비에 대한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시티 PFV 측은 “책임준공과 총액도급계약(LUMP SUM)을 약속해 놓고 시행사가 100% 완성된 CD를 주지 않아 추가 공사가 필요했다고 뒤늦게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2015년7월 엘시티와 맺은 도급계약서에 총액도급과 책임준공을 명시했다. 책임준공이란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 사유를 제외하고는 공사 준공일에 맞춰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당초 공사도급계약 체결할 때 시행사로부터 제공받은 설계도면은 CD 50%, 즉 실시설계가 50% 수준인 도면으로 상세설계 추가 반영 등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설계 변경이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사가 설계도면 완성 과정을 추가 공사비로 청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반응이다. 도급계약서에는 총액도급계약이라는 표현이 명기되진 않았다.

[땅집고] 부산 엘시티 사업 주요 일지. /그래픽=박기람 기자


엘시티PFV 측은 포스코건설의 추가 공사비 청구 방식도 문제삼고 있다. 대부분 시행사와 사전합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시공사가 추가 공사비를 청구하려면 시행사가 공사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추가 공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자료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엘시티 PFV 측은 주장한다.

엘시티 PFV측은 포스코건설이 2018년 3월 ‘필수 사업비 증액 합의’ 당시만 해도 추가 공사비를 600억여원으로 추정했고 이 가운데 388억원은 이미 받아갔다고 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수차례에 걸쳐 추가 공사비를 추정했지만 정작 어떤 항목에 대한 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제대로 된 관련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2019년 7월 추가 공사 청구 예정 항목과 추정 공사비(약 1040억원), 청구예정 시점을 적은 리스트를 끝으로 더 이상 리스트없이 금액만 청구했다”고 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시행사가 설계도면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면서 “이런 행위 자체가 설계 변경을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엘시티 PFV 측은 포스코건설이 추가 공사비를 청구한 시점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엘시티는 2019년 11월 준공이 끝났다. 포스코건설 소송을 낸 시점은 이보다 7개월이 지난 2020년 6월이다. 엘시티 PFV 측은 “포스코건설이 준공 넉 달 전인 2019년 7월까지 추정한 추가 공사비는 1040억원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준공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19년 10월부터 최소 6차례에 걸쳐 1500억원이 넘는 추가 공사비를 잇따라 청구하고 2020년 6월에야 소송을 냈다”고 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와 추가 공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절차가 늦어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엘시티PFV 측은 포스코건설이 공사 과정에서 생긴 금액적 손실을 메꾸기 위해 뒤늦게 소송을 낸 것이라고 의심한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2018년 커튼월 작업대 추락사고, 태풍 콩레이 사고 등 두 차례의 대형 사고에 따른 공정지연을 만회하기 위한 돌관공사비 투입으로 원가율이 상승했을 것”이라면서 “손실이 나자 그에 따른 부담을 시행사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엘시티는 2018년 3월 공사 도중 근로자 4명이 추락해 사망했고, 그해 10월에는 태풍 콩레이가 강타해 공사 중인 건물 유리창 100여장이 깨져 주변 건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따라 엘시티는 총 72일 동안 공사를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마감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70일 넘도록 공사를 하지 못했다면 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공사 중단과 이번 소송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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