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밖에서 벨을 눌러도 누가 왔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니까요. 그동안 월패드로 하던 엘리베이터 호출, 난방 제어 다 아무것도 안돼요.”
이달 강원 춘천시 후평·효자·옥천동 일대에서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다.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 측이 관리하던 지상 개폐기 고장이 원인이었다. 1시간 20여분 만에 복구했지만, 진짜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정전을 겪었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월패드(아파트 벽면에 설치한 홈 네트워크 기기)가 일제히 먹통이 된 것.
‘단체 월패드 먹통 사태’를 겪고 있는 아파트는 후평동 ‘우미린 뉴시티’. 총 1745가구 대단지로, 2021년 입주했다. 전체 10%에 달하는 179가구의 월패드가 고장났다.
월패드는 통상 거실 벽면에 설치한다. 신축 아파트에선 월패드가 도어폰, 방문객 확인, 방범 감지, 조명·난방 제어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미린 뉴시티’ 입주민들은 정전 이후 월패드 화면이 까맣게 변한 채로 켜지지도 않고 작동하지 않아 생활 불편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월패드 수리비는 가구당 23만10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수리비가 4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번 사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전 측에 월패드 수리비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한전은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전기공급이 중단된 경우 손해배상 면책이 적용된다’는 전기공급약관을 들어 배상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 강원본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사 중이었거나 관리 소홀로 고장난 경우가 아니어서 면책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후평동 일대가 정전됐는데 ‘우미린 뉴시티’ 아파트의 월패드만 고장 났기 때문에 제품 결함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미린 뉴시티 관리사무소는 월패드 제조사에 연락해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제조사 측은 전력 복구 후 순간적인 과전압으로 인해 메인보드가 아예 고장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입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전 측의 대응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전이 이번 정전을 일부러 유도한 것은 아니지만, 전기 공급 책임을 지는 유일한 기업인데도 정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가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입주민들은 “앞으로 정전이 발생할 때마다 똑같은 피해를 입어도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냐”, “내 잘못이 하나도 없는데 왜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정전과 전력 복구 이후 월패드 먹통을 겪었지만 수리비를 자기부담한 아파트 단지가 전국에 여럿 있다. 경기 화성시 ‘반월 나노시티역 e편한세상’, 대전시 유성구 ‘노은해랑숲마을’, 인천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등이다.
월패드 먹통 피해를 입은 ‘우미린 뉴시티’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한전을 상대로 한 수리비 청구 소송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월패드 고장에 따른 생활 불편이 커 일단 수리비를 자비로 부담한 뒤,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자문단은 “일반인인 입주민들이 정전 사태에 대한 한전의 과실이나 책임 범위를 직접 밝혀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정전에 따른 후속 문제에 대한 한전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주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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