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00억원짜리 금싸라기 땅’인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A17블록이 수년 째 방치되고 있다. 이 부지에는 리츠(REITs, 소액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운영수익과 매각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시절 법인 대상 종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자금 출자 또한 막히면서 당초 계획은 중단된 상태다.
■ 광교신도시 내 ‘금싸라기 땅’ 수년째 방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80 광교신도시 A17블록은 4만249㎡ 규모로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검찰청이 있던 부지다. 단지에서 1km 거리에 광교호수공원이 있고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이 1.5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 서울 강남까지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이미 완공 단계에 이른 광교신도시 내 자리잡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인 이재명 의원은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 시절 A17블록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으로 549가구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업시행주체는 경기도시공사(GH)로 임대기간은 20년이며 추가로 20년을 더 살 수 있어 최장 40년을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로 84㎡ 기준으로 보증금 1억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15만원, 보증금 3억~3억 4000만원에 월 임대료 29만~32만원이다. 2021년 착공해 2023년 입주할 계획이었다.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에서 출자한 개별 리츠를 기반으로 자금을 마련해 아파트를 짓고 임대·운영된다. A17 블록에 공급하기로 한 임대아파트 총 사업비는 4459억원이며 이 중 리츠 출자금은 약 891억8000만원이었다. 리츠 설립 출자금 중 70%는 주택도시기금이, 19%는 GH가,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각각 10%, 1%를 조달하기로 했다.
■ 지자체 자금 출자법·종부세 규제에 자금 출자 어려워져
하지만 이재명 의원의 도지사 임기가 끝나고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사업은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선 GH는 리츠도 구성하지 못했다. GH가 리츠를 설립하기 위해 2020년 9월 경기도에 리츠 출자금 89억원을 요청했지만, 경기도는 자금을 출자할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경기도의 리츠 출자는 가능하다. 하지만 경기도가 리츠를 출자하게 되면 경기도의 산하기관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지출법)에 해당 규정이 없다.
또 지출법상 출자 대상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경기도가 반려한 이유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지출법), 지방공기업법 상 현금 출자가 안 된다”며 “대신 현물 출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28조’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정부의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부담이 커진 점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됐다. GH는 2020년 5월 HUG에 기금 출자를 제안했지만 HUG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출자 공모를 중단했다. 문재인정부는 7·10 후속 대책에 따른 법 개정으로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끌어올렸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일 경우에 이 법안을 적용받는다.
2020년 당시에는 임대주택 한 채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사업지가 인기 주거지인 광교신도시인만큼 임대주택 운영 기간 20~40년을 고려할 때 시세가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았다. GH 관계자는 “A17블록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임대주택 준공 후 취득세, 재산세도 내야 한다”며 “임대기간인 20년 간 내야할 세액만 4000억원대로 추산돼 사업성(예상 경제 유발 효과 3360억원)이 크게 떨어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 尹정부, 법인 종부세 완화 추진…사업재개 돌파구 될까
윤석열정부는 공공주택사업자 등 법인에 주택 수 관계없이 종부세 기본 누진세율(0.5~2.7%)을 적용받도록 종부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에 GH는 사업 재개를 논의 중이다. GH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종부세 개편안이 나오길 기다렸다”며 “최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발표로 기존 사업방식을 유지할지 공공분양이나 부지 매각 등 사업방식을 변경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해당 부지에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종부세 완화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만큼 경기도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게다가 HUG가 기금을 출자하려면 내부 수익률(IRR)이 3% 이상(중간 배당이 있으면 2.7%)이어야 하는데 최근 2~3년 간 인상된 토지가격, 건설 원자재비,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월세나 보증금을 올려야 사업성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HUG에서 수익률에 맞춰 기금을 출자하려면 월 임대료나 보증금을 예상치보다 높이거나 공공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2020년 당시에도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경기도의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설사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급격한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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