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청약자 0명? 우린 미루자" 분양 미루고 땅도 안 사는 건설사들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2.23 07:56 수정 2023.02.23 09:34

[땅집고] 경기 악화로 국내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그 중에서도 건설사들에 불어닥친 한파가 매섭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지방이나 수도권 등지의 청약 시장은 된서리를 맞으면서다.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 시기를 조절하고, 신규 택지 매입에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청약 미달을 넘어 청약 접수가 한 건도 없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일 진행한 ‘광주 상무역 골드클래스’ 특별공급 접수 결과 총 25가구 모집에 청약신청자는 0명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내에서 진행한 올해 첫 분양 단지인데다가 광주1호선 상무역 초역세권 입지인데도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충남 서산 해미면 ‘서산 해미 에듀타운’은 지난달 25일 진행한1순위 청약에서 전 타입 미달됐다. 이 단지는 총 80가구 모집에 단 세 명만 접수했다. 전북 익산 부송동 ‘익산부송데시앙’은 전체 경쟁률이 0.18대 1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수도권 상황도 비슷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수원성 중흥S-클래스’는 특별청약에 이어 1·2순위 청약에서 주요 타입들이 미달됐다. 전체 경쟁률은 0.69대 1에 불과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역경남아너스빌’의 전체 청약 경쟁률은 각각 0.3 대 1, 0.66 대 1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하락기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중도금 잔금 대출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보니 청약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당분간 청약 시장은 침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청약시장이 얼어붙자 올해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은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월 민간 분양ㆍ임대 등을 포함한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은 예정 물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12월 22일 조사에서는 올 1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이 2만1772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분양한 물량은 예정 물량의 43% 수준인 9350가구로 나타났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울산, 강원, 전북, 세종 등 광역단위 7개 지역에서는 분양 물량이 전무했다.

건설사들은 주택 공급을 위한 토지 매입도 하지 않고 있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입찰 공고를 내고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용지 총 8개 필지 중 인천 검단과 경북 칠곡 북삼지구 등 2개만 매각됐다. 나머지 6개 필지는 신청한 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이는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LH의 토지 매각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11월로 들어서면서 미매각 용지가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 5년 간의 경쟁률을 보면 2018년 121대 1, 2019년 117대 1, 2020년 204대 1, 2021년 224대 1까지 올라갔다. 작년 들어 갑자기 58대 1로 뚝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집값은 떨어지는데 LH 땅값이 여전히 높아 건설사들이 계약에 나서지 않다고도 보고 있다.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2020년 3.3㎡당 427만원에 공급됐는데 지난해 12월 분양된 공동주택용지는 분양가가 3.3㎡당 654만원으로 53%나 상승했다.

A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주체 사정상 일정에 맞춰 분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분양 시기를 늦추는 분위기”라면서 “실수요자 심리처럼 건설사들도 땅값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내년 하반기 정도로 택지 매입 시기를 늦추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건설사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이어간다고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은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분양이나 토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여기에 조만간 나올 청약제도 개편안 등을 기다리며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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