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부동산 시장이 꿈틀댄다…거래량 2배 껑충, 미분양 물량도 탈탈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2.22 12:35 수정 2023.02.22 12:41

[땅집고]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을 덮친 미분양 사태가 이달 들어서는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청약미달, 미계약분 물량들을 소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고, 특히 고분양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서울의 정비 사업지는 타 지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쌓였던 물량을 털어내고 있다.

[땅집고] 일명 '분양 시장 가늠자'로 불린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 모습. /뉴시스


서울은 재건축 예정 단지 위주로 주택 거래량도 증가세다. 작년 12월 대비 1월 거래량이 1000건을 돌파해 7개월 전 거래량을 회복했고, 일부 지역에선 2~3배씩 거래량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서울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정비사업이 지체되며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에 미분양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서울도 표면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다 풀면서 금리 등이 안정화한 이후엔 수요가 급증하며 중장기적으론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남구·노·도·강 거래량 2~3배 증가…‘줍줍’ 물량도 대부분 소진

지난해 말부터 올 1월까지 서울과 경기 주요지역에 분양한 단지들 대부분은 청약 부진과 정당 계약 시점에 미계약자가 속출하면서 속앓이를 해야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작년 12월 기준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953가구에 달해 1년 전(54가구)의 17배에 육박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선 분위기가 다르다.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는 추세다.

[땅집고] 지난해 말 분양한 아파트 중 미계약분이 80% 이상 소진된 단지. /각 업계


초기 계약률을 절반 정도만 채운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경우 분양 2개월 만인 이달 초 전체 물량을 소진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1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청약 경쟁률이 3.13대1로 저조했고, 계약률이 약 60%에 그치면서 일반분양 1330가구 중 537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분양가가 3.3㎡당 2834만원으로, 59㎡가 7억원 중후반, 전용 84㎡ 9억원 중반~10억원 초반대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도 있었다. 청약 종료 후 총 2차례 무순위 청약에서도 마감에 실패하다, 이 달 선착순 분양에서 주택이 모두 팔렸다.

서울 중랑구 중화1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한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잔여 물량 4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후에도 23가구가 남아 선착순 분양에 돌입했고, 이달 초 완판에 성공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 클래시’도 무순위 청약까지 계약률 85%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광명시 3804가구 대단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 8,9단지 주택재건축)’도 선착순 분양 진행결과 20일 기준 계약률 9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84㎡형과 114㎡형은 청약 때 모두 팔렸고, 59㎡ 중 무순위 청약 후 남은 59㎡A·C 주택형 잔여 물량에 한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일명 ‘분양 시장 가늠자’로 불린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주력 주택형인 59㎡ (1488가구)·84㎡(1237가구)의 90% 이상이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사가 정확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정당 계약율이 7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던 둔촌주공은 정부의 1·3대책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물량을 더 빠르게 소진했단 분석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 월별, 구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비교.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존 아파트의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주로 신축 입주 단지 또는 재건축 예정 대단지에서 매물 거래가 잇따랐다. 22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340건에 달해 약 7개월 만에 거래량 1000건 선을 회복했다. 서울은 작년 6월까지 거래량이 월 1000~1700건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7월 이후 600~700건대로 뚝 떨어졌다. 2월도 21일까지 거래량이 561건으로 작년 2월(821건)의 70% 수준을 채웠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재건축 또는 신규 입주 단지가 몰린 강남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강동구는 작년 12월보다 사이 두 배 이상 많은 113건, 강남구도 작년 12월 41건에서 지난달 83건, 송파구도 87건에서 135건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서초구도 28건에서 42건으로 증가했다. 노후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노원구는 작년 12월 57건에서 123건으로, 도봉구는 19건에서 65건으로 2~3배씩 증가했다.

■ “서울 미분양 일시적…중장기적으론 공급 부족”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주요 단지들의 경우 미분양 물량의 소진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는 더 빠를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일시적인 거래 중단 상태일 뿐, 여전히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1·3대책 이후 다주택자나 거주지 등에 관계없이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도·강, 강남 지역 급매물들은 소화가 되는 추세”라며 “서울의 경우는 여전히 수요가 많은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끊긴 것으로 봐야한다. 서울은 신축인 점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시세의 5~10% 안팎 수준이면 미계약이 발생해도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전국 미분양가구 수가 위험 수위여도 서울은 일시적이고, 지방의 경우는 미분양 대책이 더 필요할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주택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했기 때문에 서울의 수급 상황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은 지난 몇 년 간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공급 부족 상태”라며 “오히려 금리가 안정화한 이후 서울은 가격이 또다시 불안정해질 여지가 남아있어 미리 공급 부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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