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 미분양 가구 수가 7만가구를 넘어섰다. 최근 미분양 사태의 주범으로 ‘고분양가’가 꼽히는데, 물가와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는 더 오르는 추세여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공급을 앞둔 건설사나 재정비사업 조합은 비싼 가격으로 분양을 강행할지,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일정을 더 늦출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마진을 맞춰 분양가를 높이면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고 사업을 무작정 늦추면 그만큼 조합원의 금융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분양가 규제가 사라진데다 금리 및 원자재값·물가 상승이 지속하며 올해 1월 서울의 분양가는 8개월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063만600원이다. 작년 12월(2977만원)보다 2.86%(86만원) 상승했고, 지난해 5월(2822만원) 2000만원대로 내려간 이후 8개월 만에 3000만원대를 회복했다. 앞으로도 분양가는 상승할 요인 밖에 없어 미분양 문제가 더 심화하고, 이전보다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오피스텔이 아파트값”…고분양가 논란에도 일부 건설사들 분양 강행
서울 강동구 길동 옛 강동전화국 부지에 들어서는 주거형 오피스텔 ‘강동역 SK 리더스 뷰’는 최근 84㎡와 99㎡ 두 주택형의 분양가를 9억5100만~13억5800만원에 확정했다. 업계에선 이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1km 떨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란 평가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분양가는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에, 84㎡는 12억3600만~13억2040억원에 공급됐다. 통상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발코니 등과 같은 서비스 면적이 없어 실사용 면적을 고려하면 ‘강동역 SK 리더스 뷰’가 더 비쌀 수도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이 단지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 오피스텔 부지인 옛 강동전화국 땅을 약 1500억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 사들이면서 분양가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시행사는 분양을 서둘렀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맞은데다 인근 둔촌주공 아파트 청약 결과까지 지지부진하면서 청약 일정이 지연됐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는 기존에 책정했던 분양가 수준보다 1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빌트인 가구 기본 제공 등의 파격적인 청약 조건까지 내걸었다.
오는 20일 특별공급을 앞둔 경기 구리시 인창동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도 82㎡ 기준 분양가가 8억6900만원에 책정돼 고분양가 비판을 받고 있다. 발코니 확장비(2914만원)를 더하면 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해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비싸다. 이달 분양을 확정한 영등포구 양평12구역 재개발 ‘영등포자이디그니티’ 역시 3.3㎡당 3410만원의 분양가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단지 59㎡는 8억5000만원, 84㎡는 11억5000만원선인데, 옆 단지인 ‘영등포중흥S클래스’ 시세(84㎡ 기준 13억원)와 별 차이가 없다. ‘영등포중흥S클래스’는 집값이 치솟았던 2018년 분양했는데, 당시 분양가가 3.3㎡당 2050만~2150만원으로 ‘영등포자이디그니티’ 분양가의 65% 수준이었다.
■ 강행하자니 ‘미분양’, 미루자니 ‘조합원 금융부담↑’…재정비 사업지 ‘진퇴양난’
분양을 강행하는 사업지도 있지만, 공급 일정을 더 미루는 정비 사업지도 늘었다.
휘경 3구역, 이문2구역, 이문3구역 등 총 9000여 가구 분양을 앞둔 이문·휘경뉴타운은 상반기 예정된 분양 일정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자이 레디언트’ 청약 이후 계약 포기가 쏟아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분양 시기를 더 조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휘경 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는 당초 2월 분양을 예정했지만 3월로 미룬 상태다. 이문 1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도 오는 4월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 시기 분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금식 이문1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당초 올해 1~2월쯤 분양하기로 예상했는데 현재는 4~5월, 또는 상반기 이내로 분양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현재 이문1구역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2800만~2900만원 선”이라고 했다. 정 조합장은 “금리가 너무 오른데다 공사비·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조합원들의 금융 비용 부담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현재 예상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하면 미분양이 우려돼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금리라도 안정돼 비용 부담이 조금이라도 낮아질 때 조속히 분양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수도권 미분양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분양시장에 정비사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조합과 건설사의 금융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분양을 앞둔 사업지들의 대부분이 2~3년 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재값·금리·물가상승 여파를 모두 떠안았기 때문에 현재 분양가는 상승할 요인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분양가와 시세가 5~10% 안팎의 차이를 보이는 수준이면 청약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미분양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데, 수도권에서도 입지와 수요가 떨어지는 외곽지역의 경우 시행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사업 수익 마진을 맞추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해서 사업지에서 분양가를 낮추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분양한 둔촌주공이나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은 미계약이 대거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물량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인근 지역 미분양 가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순차적으로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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