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헉, 저 건물 꼭대기부터 짓는 거야?"…볼수록 희한한 건축 공법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2.19 10:39

[땅집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들어서는 16층 높이 주거용 건물 '익스체인지 타워'. 건물을 위부터 아래로 짓는 독특한 공법을 써서 주목받고 있다. /Barton Malow


[땅집고] 건물을 지을 땐 아래부터 위로 쌓아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뒤집어, 위에서 아래로 짓는 고층 건물이 올해 봄 완공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중심부에 들어서는 ‘익스체인지 타워’(Exchange Tower)가 그 주인공이다.

‘익스체인지 타워’는 최고 16층에 63m 높이로, 1층에 상가를 배치하고 상층부에는 아파트 153가구와 콘도12개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약 839억5000만원 정도다. 디트로이트 시내 중심 업무지구에 짓는 최초의 주거용 건물이라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 건물은 꼭대기층을 먼저 지은 뒤, 아래층을 건축해나가는 독특한 공법으로 더욱 주목을 끈다. 일명 ‘톱 다운’(Top-Down) 공법이다. 먼저 건물 중심을 기준으로 양쪽에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를 포함하는 중심 콘크리트 기둥을 세운 뒤, 지상에서 미리 제작해둔 각각의 층을 들어올려 결합해나가는 방식이다. 콘크리트 기둥의벽 두께는 25~30cm로 두꺼우며, 모든 층의 바닥 프레임 데크는 75톤 이상 강철과 11만리터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만든다.

[땅집고] 미국 디트로이트 '익스체인지 타워'는 건물을 위부터 아래로 짓는 '탑 다운' 공법으로 짓는다. /Barton Malow


[땅집고] 미국 디트로이트 '익스체인지 타워' 완공 예상도. /Barton Malow


각 층 바닥판을 지상으로 들어올릴 땐 200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스트랜드 잭(유압을 이용해서 건설장비를 들어올리는 기구) 8개가 작동된다. 이 때 판을 들어올리는 속도는 시간당 6~9m 정도. 각 층을 맞는 위치까지 들어올리면, 바닥을 중심 콘크리트 기둥에 튼튼하게 연결하는 데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왜 이렇게 독특한 공법으로 짓는 걸까. 시공사인 바튼 맬로우(Barton Malow) 측은 이 건물을 지을 때 타워크레인을 사용한 기존 건축 공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지가 업무지구 중심지에 있는 데다, 고가 모노레일 ‘피플 무버’가 부지 인근을 지나 타워크레인 이용이 불가능했다는 것.

톱 다운 공법의 장점이라면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들 수 있다. ‘익스체인지 타워’ 현장에는 평균 50명 정도 작업자가 배치됐는데, 기존 공법으로 건축한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면 인력이 10~20% 정도 적게 투입된 것이다. 또 건축비와 직결되는 공사기간 역시 최대 50% 단축 가능하다는 것이 시공사 측의 설명이다.

[땅집고] 1987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탑다운 공법으로 짓던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28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다쳤다. /Wayne Ratzenberger


반면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무거운 바닥판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만큼, 만약 작업 도중에 실수라도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1987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비슷한 공법을 활용해 ‘램비앙스 플라자’ (L'Ambiance Plaza) 아파트를 짓다가 2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슬래브를 들어올리는 순간, 건물을 구성하던 두 개의 타워 중 서쪽 타워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6초 만에 무너져내린 것. 수백톤의 콘크리트가 붕괴되면서 주변 거리와 고속도로가 짙은 먼지구름으로 뒤덮이고, 거리를 지나던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아직까지도 코네티컷주 최악의 건설 재해로 꼽힌다.

익스체인지 타워 시공사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지난 3년 반 동안 자회사인 ‘리프트빌드’(LIFTbuild)를 통해 기술에 대한 건축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오면서, 13개의 특허도 발급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익스체인지 타워’ 아파트와 콘도 중 25% 정도가 분양 완료됐다고 전해진다. 분양가는 49만9000달러(약 6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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