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보증금 無, 3년치 임대료 면제'…낡은 벽돌집의 대변신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2.18 09:58
[땅집고] 서울 성동구 송정동 '1유로 프로젝트' 건물. /최성욱 대표


[땅집고]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한 주택가. 붉은색 벽돌 일색인 주택 건물들 중에 예사롭지 않은 단독주택이 눈에 띈다.

지난 16일 개장한 복합문화 체험공간 ‘1유로 프로젝트’ 건물이다. 준공 36년차 지하1층~지상3층, 연면적 538㎡(165평) 규모의 이 단독주택은 용도변경과 리모델링을 거쳐 18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사업장으로 변신했다.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은 최성욱 오래된 미래 공간연구소 대표다. ‘1유로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공공 주도의 공간기획 정책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아파트를 민간에 1유로에 빌려주고 입주하는 임차인이 주거 공간이나 사무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간 기획이다. 최 대표가 기획한 프로젝트는 공간을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제공한다는 점이 네덜란드와 다르다. 임차인들은 보증금 없이 3년치 임대료를 면제받는다. 이 기간 수도요금, 전기요금, 건물 보험료, 방범 장치 이용요금, 인터넷 요금, 청소 요금 등의 관리·운영비만 나눠 내면 된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에 새롭게 임대차 계약을 한다.

[땅집고] 1유로 프로젝트 외관. /전현희 기자


최 대표는 “과거 네덜란드 유학 시절 국가 보유의 오래된 폐정수장이 민간 디벨로퍼의 제안으로 호텔, 레스토랑과 함께 텃밭 등이 갖춰진 근사한 공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었다”며 “1유로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되면 건물주는 개인적으로는 방치된 건물의 물리적·기능적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청년 및 지역활성화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사회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했다.

[땅집고] 최성욱 오래된미래 공간연구소 대표. /전현희 기자


최 대표는 소셜디벨로퍼 아키텍트로 활동중이며, 네덜란드와 한국에서의 관련 경험을 기반으로, 건축 및 노후도시에 대한 착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2015년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건축도시재생 석사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바코드 건축사무소에 재직 뒤 2016년부터 2022년 5월까지 7년 간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해부터 독립해 공간 개발 기업 ‘오래된 미래 공간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 ‘1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해까지 서울시에서 도시재생 업무를 맡고 있었고 송정 도시재생 센터에서 유학시절 보았던 ‘1유로 프로젝트’ 기획을 하려고 했다. 도시재생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좋은 세상은 좋은 도시로 구성돼 있고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들로, 좋은 사람들은 좋은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라이프스타일은 좋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1유로 프로젝트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을 모아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삶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 도시재생센터에서 근무할 때 정주율 높이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통해 기획을 하다보니 행정절차를 처리하는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공공이 민간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공간을 대여해준다는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있어 의도나 컨셉에 맞게 임차인을 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 ‘1유로 프로젝트’의 1기 지역으로 송정동을 택한 이유는.
서울시 재직 당시 마지막 근무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찾던 기준과도 적합했다. 건물 인근에 자연환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건물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중랑천과 체육공원이 있다. 또 인근 지역이 성수동이라 성수동의 유동인구가 접근할 가능성도 있고 주변에 한양대·한양여대 등 유효 수요도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꼽혔다. 다만 송정동은 현재 교통 환경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통환경은 일부러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송정동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교통편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임차인 선발 기준이나 과정은 어떻게 되나.
주로 ‘보마켓’(생활밀착형 편집숍)의 SNS를 통해 홍보를 했다. 보마켓이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딩에 관심있는 사람들, 기획자들이 입소문을 냈고 이들의 추천을 받아 총 74개의 브랜드가 입점 지원했다. 이 중 브랜드 대표와 면접을 진행해 선발했다. 당시 지원 요건은 ▲상시로 정기적으로 방문객이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활동을 기획 할 것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명확할 것 ▲수익 모델이 명확할 것 ▲지역 내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 할 것 등이었다. 이밖에 1유로프로젝트의 컨셉과 맞는 브랜드들은 직접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땅집고] 1유로 프로젝트 옥상에 입점한 서울 가드닝 클럽. /전현희 기자


현재 1유로프로젝트에는 ‘보마켓’, 서핑 용품 및 커뮤니티 브랜드 ‘키오 인터네셔널’, 와인 바 겸 여행 커뮤니티 브랜드 ‘앤티크 하우스’, 반려견 식품 판매 브랜드 ‘베이펫’, 다회용기 브랜드 ‘푸들’, 유기농 화장품 ‘핑크원더’, KBS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욱정 PD가 운영하는 공유주방 ‘요리인류’, 그리고 미래 공간연구소 사무실까지 총 18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 임차인이 렌트 프리 외에 누리는 이점이 있다면.
현재 해당 건물에는 기존에 이미 유명했던 브랜드 뿐 아니라 신생 브랜드들이 함께 모여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가 협업하면서 신생 브랜드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미 유명한 브랜드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성수동, 한남동, 이태원동 등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생활밀착형 식료품점 ‘보마켓’이 벌꿀 브랜드 ‘꿀건달’, 다회용기 브랜드 ‘푸들’ 등을 입점시켜 상품을 팔고 보마켓에서는 상품 홍보를 함께 기획한다. 1유로 프로젝트는 창업자에게 브랜드 개발 능력도 함양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땅집고] 식료품점 '보마켓'과 다회용기 브랜드 '푸들'이 협업 중이다. /전현희 기자


- ‘1유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공용면적 및 전용면적 리모델링 비용, 임대인이 부담하는 설비 공사 비용 모두 포함해 5억원 내외였다. 18개 임차인들은 각자 이용하는 면적에 비례해 시공 비용을 부담했는데 규모별로 2500만~4000만원 정도였고, 임대인은 전기·수도 등의 설비 공사비용이 1억4000만원이었다.

- 앞으로 2기 ‘1유로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인가.
아직 구체적인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울 혹은 제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송정동 건물을 보고 다른 지역에서 연락을 온 건축주들이 여럿 있다. 아마 2기는 여유가 된다면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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