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자가 너무 많아 잔금을 다 치르고도 두 달째 입주를 못하고 있어요. 이 와중에 입주도 못한 아파트 관리비를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와 황당할 따름입니다.”(대구 수성구 더트루엘수성 입주민 A씨)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더트루엘수성’ 입주자들이 잔금까지 치르고도 이른바 ‘하자 폭탄’에 발목이 잡혀 두 달 넘도록 입주를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25층 2개동 158가구다. 시공사는 일성건설이다. 현재 지하 주차장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공용부에만 140건 가량 하자가 발생했고, 개별 가구 내부에도 하자 투성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인 중개플랫폼인 ‘관리인’의 김인식 대표는 “지하 주차장 누수를 해결하려면 토목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해 수억원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용부에도 하자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가구에서는 벽에 굴곡이 생기고, 벽지는 떠있고, 섀시 마감이 안돼 벽체와 갈라져 있어 재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입주민 절반 가량이 잔금 납부 이후에도 입주를 못하는 처지다. A씨는 “벽체를 뜯어내는 공사를 하고 있어 예상보다 입주가 늦어지고 기존 살던 집에 더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기치 못한 주거비 부담이 생긴데다 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관리비까지 내야 한다고 해서 황당하다”고 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 계약자 대상으로 사전점검을 시행했다. 두번째 사전점검에서도 하자·보수처리가 미비해 ‘날림 공사’ 논란을 빚었다. 첫번째 사전점검일 당시 균열과 누수를 발견했고 인분과 오물도 나왔다. 시공사는 한 달이 지났지만 내부 마감공사를 하지 않은 채 두번째 사전점검을 진행해 입주예정자들은 공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준공승인을 하지 말라고 시공사와 수성구청에 요구했다.

하지만 수성구청은 준공 승인을 내줬다. 입주자 B씨는 “입주 한 달전쯤인 지난해 11월 품질 점검을 나온 수성구청 관계자에게 문제점을 전달했지만 작년 12월 29일 준공 승인을 냈다”며 “수성구청 측에 불만을 표시하자, 어차피 ‘하자는 시공사가 2년까지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준공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문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하자가 더 많다는 것. 현재는 입주한 가구부터 하자 보수를 처리하고있어 뒤늦게 입주하는 가구는 하자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입주민 A씨는 “총 158 가구 중 입주한 70~80가구에서 전부 하자를 발견했다”며 “입주하지 않은 가구에서도 하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시공사인 일성건설 측은 “3월 중으로 하자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자 C씨는 “두 번이나 사전점검을 거쳤는데도 시공사가 하자 처리를 차일피일 미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시공사가 하자 처리를 계속 미룰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인식 대표는 “하자 진단업체를 통해 하자를 진단받고 공정별, 세대별로 하자 리스트를 만들어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시공사는 15일 이내에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시공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명백한 하자에 대응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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