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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도 회사도…'고구려'에 심취한 김성태의 희한한 행보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3.02.17 08:20 수정 2023.02.17 11:22
[땅집고] 쌍방울이 경기 포천시 화현면 천주산 일대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강태민 기자


[땅집고] 수백억원대 회사 공금 배임·횡령 혐의와 수백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의 편집증적인 ‘고구려’ 집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쌍방울은 경기 포천시에 환경파괴 논란과 지역사회, 시민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최근 쌍방울이 이곳에 건설하려는 골프장 명칭이 ‘고구려CC’(가칭)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골프장 명명(命名)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고구려 북방 정복사에 심취한 김성태 전 회장 염원이 ‘포천 골프장’에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북사업에 관여한 것 역시 그의 유별난 ‘고구려 집착’과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나온다.

쌍방울은 포천시 화현면 지현리 일대 230만6540㎡(약 70만평) 부지에 36홀과 골프빌리지·골프텔 등 숙박시설을 갖춘 경기 북부권을 대표하는 골프장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0년부터 토지 매입이 이뤄졌다. 쌍방울 내부 문건에 따르면, 포천 골프장은 ‘고구려CC’라는 이름을 달고 추진됐다. 쌍방울은 당초 36홀을 제안했으나 최근 포천시 전략환경영평가에서 외곽지역 3홀을 축소해 33홀로 조성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김 전 회장 지인들은 김 전 회장이 고구려 역사에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쌍방울이 추진하는 첫 골프장 이름을 ‘고구려’로 정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 평소 김 전 회장은 ‘무사’, ‘전쟁’, ‘의리’ 같은 단어를 좋아한 것으로 전해졌다.

[땅집고] 경기 포천 골프장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쌍방울 계열사 SBW홀딩스가 만든 내부 자료. 포천 골프장 이름이 '고구려CC'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이 소유한 비상장 회사명에도 ‘고구려’가 등장한다. ‘고구려37’은 김 전 회장이 소유한 비상장 회사 5개(고구려37, 칼라스홀딩스, 착한이인베스트, 오목대홀딩스, 희호컴퍼니) 중 하나다. 5개 회사는 비자금 마련과 자금 회전을 위해 만든 이른바 페이퍼컴퍼니(SPC)다. 고구려37은 고구려 역사에 각별했던 김 전 회장 로망을 담은 사명이다. ‘37’이란 숫자는 고구려가 건국 시기로 공인된 기원전 37년을 뜻한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제시한 ‘북남협력사업제안서’에도 합작법인 사명을 ‘(가칭)고구려주식회사’로 붙였다. 김 회장의 각별한 관심과 애착이 반영된 ‘고구려 37’이 각종 불법을 저지르는데 사용된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땅집고] 해외 도피 중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김 전 회장은 김진명 작가가 쓴 역사소설 ‘고구려’를 테마로 한 드라마 제작에도 관심이 많았다. 쌍방울이 인수한 연예기획사 IOK는 2021년 6월 소설 고구려와 관련한 판권 계약을 맺고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협의했다. 쌍방울이 2020년 IOK를 인수한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작품으로 ‘고구려’를 택한 것이다. 제작비로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김 전 회장은 매제이자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 등과 함께 2019~2020년 5개 회사에서 총 59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중 약 100억원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구려37은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100억원 중 12억1000만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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