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내진설계 했다더니 와르르…튀르키예 국민들 이유 있는 분노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2.14 14:51

[땅집고] 튀르키예에서 두 차례의 강진으로 붕괴된 아파트 가운데 내진설계가 됐다고 주장한 신축 아파트들이 적지 않아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AP연합


[땅집고] “내진설계 했다던 신축 아파트가 반쪽으로 두동강나다니…. 튀르키예 정부는 부실 건축한 업자들을 모두 엄벌에 처하라!”

지난 6일 튀르키예에 규모 7.8에 달하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그동안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고 알려졌던 건물들이 강진에 속수무책으로 붕괴되면서 12일 현재(현지시간) 사망자가 3만명을 돌파한데 이어서 10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튀르키예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2009년 1만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북서부 대지진 참사를 겪은 이후 내진 규제를 강화했다. 2018년에는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짓는 건축물에 대해 철근으로 보강하고 강화된 콘크리트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건축 기준을 더욱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가 필수 안전 인증 없이 건축된 건물에 대해 돈을 받고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건설 사면’ 제도를 정기적으로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BBC 튀르키예 방송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튀르키예 지역 건물 중 50% 이상인 1300만여곳이 규정을 위반해 건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땅집고] 이달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가 지진으로 인해 건물들이 무너져 폐허로 변해있다. /뉴시스


실제로 이번 지진으로 맥 없이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 SNS를 통해 최고급 자재를 썼고 최신 내진설계 규정에 따라 건설했다고 홍보했던 한 신축 아파트가 지진 직격탄을 맞고 힘없이 주저앉았다.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서도 2019년에 완공된 아파트 측면과 후면이 무너져내렸고, 같은 해 지은 안타키야의 9층 높이 아파트도 상당 부분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교수는 언론을 통해 “이번 지진 규모가 상당히 크긴 했지만, 철저하게 내진 설계된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흔들림 정도가 예상 최대치보다 낮았다. 붕괴한 건물들이 대부분 건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땅집고] 튀르키예에서 유일하게 지진 사상자가 0명인 도시인 에르진이 주목 받고 있다. /조선DB


반면 남동부 하타이주의 4만2000여명 규모 도시인 에르진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하타이주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10개 주 중에서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인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에르진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에르진 시장인 외케스 엘마소글루는 “나는 불법 건축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고 ‘이 나라에 당신 말고는 정직한 사람이 없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규칙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건물 검사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 모든 관리자가 이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갖고 시민들에게 단호하게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지진과 관련해 부실공사 책임이 있는 건축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건축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 시공자와 책임자는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하타야 지방에서 12층 높이 건물을 지었던 건축업자는 이 소식을 듣고 튀르키예를 빠져나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체포됐다. 또 지진 직후 튀르키예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아다나 지방 14층 붕괴 건물 건축업자 2명도 체포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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