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알짜 단지는 시간문제"…'재개발의 무덤' 딛고 기지개 켜는 미아동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2.13 13:30 수정 2023.02.13 13:39

[발품 리포트] 전화번호 아니고, 돈 버는 번호라고?…미아동 791-2882

[땅집고] 강북구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 지역'에 붙은 현수막. /김서경 기자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릴 적 살았고, 박원순 전 시장이 한 달 살기했던 곳이지만 변두리라서 시장의 관심을 못받았는 걸요. 미아동이든, 삼양동이든 행정구역보다 중요한 건 개발이 된다는 겁니다. 2000가구보다 더 들어옵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791-2882일대가 신속통합기획(신통) 2차 후보지로 선정되며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곳은 신통 2차 후보지중 신림5구역 다음으로 큰 사업장으로, 학교와 지하철역을 끼고 있어 ‘갖출 건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언덕과 고도제한, 높은 세입자 비중 등 난제도 만만치 않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적고, 재개발 사업성을 의미하는 비례율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알짜배기’ 단지로 탈바꿈 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땅집고] 강북구 삼양동 '미아동 791-2881일대'(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 지역) 위치. /임금진 기자


■북한산 옆에 ‘8000가구’ 인프라 그대로 누린다

우이신설경전철 삼양사거리역 2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로 들어서자 빨간 벽돌 건물 주택가가 보였다. 5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자 거미줄 같은 전선 뒤로 가파른 오르막이 보였다. ‘미아동 791-2882’일대다. 이곳은 법적 행정동이 삼양동이지만, 처음 개발이 논의될 당시에는 미아동이었다. 이후 도시계획안 등 공식 문서에 바뀐 지명이 반영되지 않았고, 2019년 박 전 시장은 삼양동이라는 구역명칭을 뺀 ‘소나무협동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이곳은 우이신설선 솔샘역과 삼양사거리역 사이에 있으며, 면적은 14만696㎡에 달한다. 토지 등 소유자는 1239명으로, 면적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곳은 현재 2종주거지역(7층이하)인 토지 용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비례율이 50%대지만, 종상향을 추진해 전 단지를 15층으로만 지어도 100%가 넘는다. 비례율은 종전 자산 총액 대비 재개발 사업 이익 비율로, 곧 사업성을 의미한다. 정신태 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여기는 면적 대비 사업성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수유동 486번지 재개발 사업은 미아동 791-2882일대 사업 부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6만6630㎡에 불과한데도 1500가구 이상을 건립할 계획인 것을 보면, 이곳은 2000가구가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이미 지어진 ‘SK북한산시티’(3830가구), ‘벽산라이브파크’(1585), ‘두산위브트레지움’(1370가구)과 공사 중인 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한화포레나미아)과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 미아1구역가로주택 가구 수를 모두 합하면 1만 가구가 넘어 대형 주거벨트를 이루게 된다.

[땅집고] 강북구 삼양동 '미아동 791-2881일대'에서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 현장을 바라본 모습. /김서경 기자


■ '재개발의 무덤' 마침내 기지개

부동산 호황기에도 이곳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도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미아뉴타운 사업 추진으로 고층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자, 곳곳에서 ‘북한산이 안 보인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결국 이 일대가 고도제한지역이 됐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숲세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북한산 옆에 위치한 탓에 경사진 지형도 상당하다. 삼양사거리역 1번출구에서 미양초를 잇는 길은 오토바이가 못 지날 정도로 가파르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다. 지형으로 인한 반지하 주택이 66%에 달해, 이곳은 신통기획 2차 후보지 중 8번째로 반지하주택 비율이 높다.

실제 현장 상황은 생각한 것 보다 더 열악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어 만에 하나 화재라도 나면 소방 차량 진입은 상상도 할 수 없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사업 대상지 동쪽으로 삼양사거리역, 남쪽으로 솔샘역을 낀 더블 역세권이다. 현지에서는 이런 잇점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 더딘 또다른 이유로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개발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도시재생사업을 거치며 주거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실패의 경험이 재개발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땅집고] 강북구 삼양동 '미아동 791-2881일대' 한 골목에서 '벽산라이브파크아파트'가 보인다./김서경 기자


세입자가 많은 점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추후 조합이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 미아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한 건물에 5가구가 살 정도로, 세입자가 많은 동네”라며 “이들이 안나간다고 버티면 출혈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변 아파트보다 ‘억’소리나게 싸긴한데…‘저평가’ 우려도

이곳은 현재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이 붙어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올해 1월 전용 35㎡ 다세대주택이 2억 8000만원에 팔렸는데,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 이후에도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보다 저렴해서 문의가 제법 있다고 했다. 임성룡 연세스타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2009년식 빌라가 2억7000만원(전용면적 61.75㎡)에 나왔는데, 아파트보다 1억 이상 싸다”고 했다. 이 매물의 3.3㎡당 가격은 1442만원이다. 지난달 20년차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59㎡는 3.3㎡당 2796만원인 5억원에 팔렸다.

사업이 극초기라서 주택별 추가분담금을 알 수 없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011년 준공된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 호가는 7억8000만원부터 시작된다. '한화포레나미아'전용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이었다.

반면 미아뉴타운 내 메인 입지도 아닌데다, 미아뉴타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아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미아뉴타운은 서울이지만, 경기도보다 저렴하다”며 “작년 상반기 수원이나 남양주에서도 전용 84㎡가 10억원에 팔렸지만, 이곳에선 9억5000만원이 최고가였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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