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상일동 단지들의 1월 말 실거래가격이 월초에 비해 소폭 오르면서 '바닥을 다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아직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부의 1·3대책 발표 이후 거래심리가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급매물 중심의 저가거래에 그치고 있는데다, 2025년까지 다량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집값을 떠받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1월, 월초 대비 ‘억’ 상승…바닥 다졌을까?
1월 들어 강동구 아파트 실거래가는 신축 단지가 많은 고덕동을 중심으로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3685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5일 10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6일과 26일 각 11억3000만원, 1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한 달 새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6가구) 전용 84㎡도 지난달 1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0일 이보다 1억1000만원 오른 12억4000만원에 팔렸다.
현지에서는 급매물 소진으로 저점을 찍었다고 바라봤다. 고덕동 조은동네 부동산 중개업소의 정현호 대표는 “매수 문의가 많지만, 급매가 싹 빠지면서 시세가 제법 조정됐다”며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조금 내려오면서 전세가 많이 나갔고, 규제 완화로 인해 매수세도 늘었다”고 했다. 이어 “겨울철은 비수기인데, 올해 1월은 분위기가 달랐다”고 덧붙였다.
새 학기를 앞둔 이사 수요도 강동구 집값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학군으로 인한 이사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고덕자이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남 미사와 서울 동북부에서 학군을 보고 이곳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1만6000가구 입주 예정…“반등 어렵네”
지표는 오히려 반대다. 1·3대책 이후 낙폭을 줄여가던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6주 만에 다시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31% 하락했다. 전주(-0.25%) 대비 하락폭이 더 커졌다. 강동구의 하락폭은 -0.48%로, 서울 평균 보다 더 떨어졌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1·3 대책 발표 이후 거래심리는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옅어지면서 매수 문의와 거래량이 소폭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다만 매수자와 매도자간 희망 가격 차이는 여전하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매수자와 ‘더 떨어진 가격에 팔 수 없다’는 매도자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적극적인 거래 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문가들은 강동구 집값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로 2025년까지 약 1만600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든다. 과잉 입주 물량은 전세가에 영향을 미친다. 신축 단지 전세가는 통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형성되는데, 전세가는 매매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므로 전세와 매매 시세를 모두 끌어내릴 수 있다.
강동구에는 올해 9월 809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 입주가 예정돼 있다. 내년 1월과 6월에는 '고덕강일제일풍경채'(780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1만2000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2025년 1월부터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거주의무 제도가 사라져 전세 물량이 대거 나올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이 가속화된다”며 “강동구는 거래량이 많아 수요자들이 시세 포착을 하기 쉬운 곳이므로, 가격 하락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새 단지들이 고덕동과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강동구라는 틀 안에서는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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