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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로 집안 쑥대밭"…21년째 유령건물 부산 네오스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2.13 07:33 수정 2023.02.13 10:14
[땅집고] 부산시 부산진구 한복판에 21년째 유령상가로 방치된 '네오스포'. /MBC화면캡쳐


[땅집고] “평생 모은 돈 1억7000만원을 써서 부산 ‘네오스포’ 상가 한 칸을 분양받았죠. 그런데 상가가 유령건물이 되는 바람에 제 삶이 망가졌습니다. 이혼할 뻔하던 남편은 홧병이랑 암 때문에 이미 죽었고, 저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고 있어요.”(부산 네오스포 상가 수분양자 A씨)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네오스포’ 상가가 대거 미분양되면서, 시행사가 부도나고 시공사인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역시 500억원 이상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DL이앤씨 관계자)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에는 20년 넘게 사실상 유령 건물로 방치된 초대형 상가가 있다. 바로 네오스포 상가다. 네오스포는 지하 4층~지상 27층, 연면적 5만1577평 규모로 지하 층 일부에서 지상 4층까지 상가 점포 2672개가 배치됐다. 상가 연면적을 모두 더하면 2만2000평으로, 당시 부산 최대 의류도매상가를 목표로 삼았다.

‘네오스포’는 문을 연지 2년 8개월 만인 200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텅 빈 ‘유령 건물’로 21년째 방치돼 있다. 불 꺼진 상가가 대다수라 어두컴컴하고, 점포마다 건축 자재나 오래된 폐기물들이 쌓여 있는 상태다.

[땅집고] 1990년대 서울 동대문패션시장에 들어선 테마상가. /서울아카이브


네오스포 개발 계획이 처음 나온 1990년대는 소위 ‘테마상가’ 인기가 높았다. 테마상가란 한 가지 품목을 주로 판매하는 소규모 점포 여러 개를 집약시킨 건물이다. 당시 서울 동대문구 일대가 테마상가로 변신해 국내 최대 패션타운으로 자리잡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형 테마상가 공급이 줄을 이었다.

네오스포는 1996년 5월 착공해, 같은 해 6월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시행은 남화건설이, 시공은 DL이앤씨와 한일합섬이 맡았다. 그런데 당시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분양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분양가가 3.3㎡당 800만~1700만원 정도였는데, 상가 2672개 중 53% 정도가 미분양된 것. 남화건설은 부도 처리됐고, 공동 시공사인 DL이앤씨와 한일합섬은 못 받은 공사비 대신 미분양 상가를 절반씩 떠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가가 문을 연 첫 해인 2000년부터 건물 운영이 순탄치 않았다. 절반이 미분양 상가라 곳곳이 텅텅 비어있다 보니 이 곳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는 곧 입점 점포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수분양자들이 관리비를 내지 못하자 상가 관리법인인 ㈜네오스포 역시 상가 시설관리 용역업체인 ‘장풍’ 측에 용역비 지급을 미납하게 됐고, 기본적인 전기요금도 내지 못했다. 이런 관리비 미납액이 2년 8개월여 동안 41억원까지 누적됐다.

결국 한국전력이 2002년 11월 네오스포 상가에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한국전력 측은 “당시 입점주 피해를 막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네오스포를 방문했고, ㈜네오스포 대표이사와 입점주 30여명에게 전기 공급 중단에 대해 사전 설명했다”며 “하지만 상가관리단이 전기요금 채권 확보를 위한 보증금을 2년 6개월 동안 예치하지 않으면서 전기 공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땅집고] 전기 공급이 끊겨 대낮에도 어둠컴컴한 부산 '네오스포' 상가 내부. /MBC화면캡쳐


수분양자들은 MBC ‘PD수첩’ 등 일부 언론을 통해 “당시 대림산업이 전기체납요금을 낼 여력이 충분했는데도 단전 사태를 막지 못해 상가가 침체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이 분양대금과 별개로 개발비 명목으로 3.3㎡ 당 100만원씩, 총 75억여원을 모았는데 전기 공급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DL이앤씨 측은 “수분양자들이 모아놓은 개발비 75억여원은 DL이앤씨가 상가를 떠안기 이전에 이미 다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당시 상가 활성화를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한다. 네오스포가 문을 연 2000년 3월부터 2002년 8월까지 총 47억6000만원 정도 관리비를 납부했고, 지하 1층에 대형마트를 유치하기 위한 비용 50억원과 추가 상가 개발비로 3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는 것.

DL이앤씨 관계자는 “DL이앤씨도 네오스포 시행사 부도와 상가 미분양으로 5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피해 당사자”라며 “2003년 6월 분양가 대비 약 10%에 그치는 수준으로 미분양 상가 보유분에 대한 공개매각을 진행했고, 매각대금 50억원과 상가활성화 비용 97억원 모두 회수하지 못한 상태로 사업을 종료했다”고 했다.

[땅집고] 부산 '네오스포' 상가 수분양자 대책 모임. /MBC화면캡쳐


하지만 네오스포 상가 소유주들은 이후에도 DL이앤씨 본사 앞에 모여 단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3박 4일 시위를 벌였고, 부산진구청 역시 상가 소유주들과 DL이앤씨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네오스포 수분양자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네오스포가 ‘제2의 동대문시장’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했다”며 “지금은 우울증까지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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