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공임대아파트 입주하려고 반 년쯤 기다렸고, 순번 돌아올 때 정말 기뻤는데 사전점검 다녀온 이후로 계약할지 고민이네요. 예상보다 집 상태가….”
최근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마다 사전점검 기간 발견되는 각종 하자나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비단 민간아파트 뿐 아니라 공공임대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관리하는 임대아파트에선 기존 거주자가 퇴거하면 새 입주자를 배정한 뒤 주택 내부를 둘러볼 기간(주택개방)을 지정해준다. 이 시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방문했다가 더러운 집 상태를 확인하고 임대주택 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본인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급기야는 계약 포기까지 고려하는 예비입주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SH가 서울 양천구에 공급한 ‘목동2차우성’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로 당첨돼 최근 주택을 둘러봤다는 A씨는 “사전점검 다녀왔는데 계약해야할지 고민이다”며 “25년 된 아파트라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상태가 더 그렇더라. 벽지랑 장판만 새로 해주고 그 외 부분은 교체가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라는 글과 사진을 남겼다.
A씨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주방 쪽 바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질로 온통 뒤덮혀있고, 화장실은 천장 마감이 다 떨어져 너덜너덜한 상태다. 이 아파트가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까지 도보로 15분 거리인데다, 남쪽에는 공원을 끼고 있어 입지는 서울에서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한 눈에 봐도 지저분한 집 상태를 접한 A씨 입장에선 입주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LH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고 1년이나 기다렸다고 밝힌 B씨 역시 “집 상태보고 경악했다. 결국 안들어가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며 “상태 점검 때 충격을 받아서 LH 홈페이지에 민원글도 남겼다”고 전했다.
임대아파트 예비입주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임대아파트라지만, 기존 입주자가 퇴거한 뒤 최소한의 보수라도 진행한 뒤 새 입주자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가 장점이긴 하지만,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닌데 이렇듯 불결하기 짝이없는 집 상태로 일단 임대차계약 먼저 체결하자는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비입주자들이 최소한으로 정돈된 임대아파트 상태를 보고 계약을 결정할 수 있도록 공공이 도울 방법은 없는 걸까. S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행 방침상 임대아파트 당첨자들이 일단 계약·입주한 뒤 하자보수를 신청해야 보수를 진행해주고 있다. 주택 개방 기간 전에 임대주택 상태를 일일이 관리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들기 때문”이라며 “입주 청소의 경우 민간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당첨자의 몫”이라고 했다.
추가 보수를 신청해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은 ‘일단 입주하면 하자보수 해주겠다’는 공공의 말을 믿고 계약서를 썼는데, 입주한지 수 개월이 지나도록 보수 작업을 해주지 않아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던 경험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누적된다면 임대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LH와 SH 임대아파트 사전점검 글들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계약자들을 대체 뭘로 보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본인들이 집 보러 다닐 때 저렇게 되어있는 집 보면 두 말 없이 계약할 건지 묻고싶다”, “어떻게 집을 보여줄 때 저딴 식으로 성의 없이 보여주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전 입주자가 오랜 기간 거주했다가 퇴실한 집일수록 더러운 것 같다. 입주 청소를 하면 집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질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 “하자보수를 접수해주는 직원마다 재량이 다르더라. 일단 전화해서 어느 정도까지 수선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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