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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12억…'미친 폭락' 강남 전세가, 집값도 끌어내리나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2.11 11:25

[땅집고]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세입자를 비롯해 계약 만기가 2년 도래한 세입자도 모두 새 아파트로 이사한다고 하네요. 2년 전보다 전세금을 5억원 낮추고 옆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보다도 1억원 싸게 해준다는데, 뒤도 안 돌아봅니다. 집주인들 걱정이 늘고 있어요. 예전 같으면 강남은 학군따라 이사 오는 세입자도 많았는데, 올해는 이사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네요.”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땅집고


서울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사가 최근 강남권 전세금 하락세를 설명하면서 토로한 내용이다. 그는 신규 아파트 입주와 함께 계약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낮추거나 새 아파트로 빠져나가면서 전세금이 급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은 2020년 7월 정부가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한 이후 1년 간 어느 지역보다 전세금이 고공행진했다. 이 당시 전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의 경우 만기가 오는 7월로 다가온다. 하지만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에 벌써부터 갱신 계약을 하지 않고 나가거나,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버린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전세금이 급락 중이다.

올해부턴 강남에 입주 물량도 만만찮게 늘어난다. 올해 서울에 3만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이 중 1만가구가 강남권에 분포해 있다. 강남과 주변부 지역부터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금과 매매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입주폭탄’ 강남구, 1월 전세금 하락률 -6.47% 최고

최근 수도권에는 기존 전월세 금액을 깎아주는 감액 갱신 계약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도 급감했다.

9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 중 종전보다 임대료를 감액한 계약이 1481건으로 이는 전년 동월(76건)보다 19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계약 10건 중 3건(32%)이 감액 계약인 셈이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계약도 늘었다. 2022년 하반기 수도권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변경한 갱신 계약은 5971건이다. 전년 동기 3572건 대비 67%가 증가했다.

[땅집고] 올해 1월 서울 구별 전세금 변동률. /KB부동산


지역별로는 강남구 전세금 하락세가 컸다. 부동산 시장 가격이 고점이었던 2021년, 전세금도 수도권에서 가장 높게 체결된 강남 지역에선 2년 전보다 많게는 10억원씩 하락한 전세 거래가 나오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 변동률이 지난 1월 -3.98%로 하락했고, 이중 강남구가 -6.47%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또 송파구가 -5.25%, 강동구 -4.91%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3375가구 규모의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금이 하락세다. 인근 단지인 ‘디에이치아너힐스’는 전용 84㎡가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돼 2년전 최고 전세금인 18억5000만원 대비 7억원쯤 낮아졌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84㎡의 전세금도 지난해 9억5000만원에서 이달 7억원으로 낮아졌고,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84㎡도 같은 기간 9억5000만원에서 8억원까지 하락했다. 2년 전 이들 단지의 같은 주택형 전세금 최고가는 16억~17억원에 달했다. 개포동에는 내년 1월 6702가구 규모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도 입주할 예정이어서 가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가 올해 입주 2년차고,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는 4년차를 맞으면서 새 아파트인 ‘개포프레지던스자이’로 이사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가격이 5억원은 빠졌다”며 “이 일대에 갭투자 비율이 많지는 않지만, 어찌됐건 집주인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세입자와 임차권 분쟁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있다”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도 이달 전세금이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인 2021년 전세금 최고가 2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0억원 하락한 가격이다.

■ 84㎡ 전세가 ‘10억’ 떨어진 곳도…“2025년까지 하락세 지속”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만 3만3125가구가 입주하는데, 이 중 1만2402가구가 강남에 몰렸다.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2025년 1월 입주 예정이다. 2만가구가 강남권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2025년까지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 전세금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자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이 급매로 주택을 처분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더 싸게 전세를 놓게 되면서 급매, 급전세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매물이 시장을 압박하고 집값 하락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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