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쌍방울, 인허가 나기 어려운 땅에 33홀 골프장 강행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3.02.10 07:44 수정 2023.02.14 08:23

[땅집고] 쌍방울 그룹이 경기 포천시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 사업이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 중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경사도가 심하고 원형보전 비율이 높아 골프장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한 땅인데, 골프장 인허가 절차 중 큰 문턱으로 꼽히는 포천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포천시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심의에서 애초 쌍방울 측이 제안한 36홀 규모에서 3홀만 줄인 33홀 조성이 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천주산에 골프장을 짓는 건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쌍방울이 어떻게 이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는지 사업 추진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쌍방울이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중 한 명인 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포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당시 골프장 인허가권을 쥔 박윤국 포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골프장 인허가 최종권한을 가지고 있던 경기도지사였다.

쌍방울그룹은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배임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그룹 임원진의 수백억원대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난관을 만났다.

[땅집고] 쌍방울그룹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경기 포천시 화현면 천주산 일대에 주민들이 내건 골프장 건설 반대 현수막이 보인다. 그 뒤로 천주산이 보인다./강태민 기자


■경사도 심하고 원형보전 비율 높은 땅인데…쌍방울, 36홀 골프장 제안

9일 포천시 등에 따르면, 포천시는 쌍방울 그룹이 추진 중인 포천시 화현면 지현리 골프장을 33홀로 조성해야 한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8일부터 주민열람공고에 들어갔다. 사업자인 쌍방울은 당초 36홀을 제안했으나 원형보전 지역이 많다는 점과 인근 지역주민 피해를 고려해 외곽지역 3홀은 축소됐다. 주민열람공고가 끝나면, 이르면 2월말부터 경기도청이 용도지역 변경을 심사할 예정이다.

골프장이 들어설 천주산의 경사도는 25도 이상이 되는 곳이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36홀 골프장을 짓기 위해선 산을 엄청나게 깎을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골프장 개발로 인한 지형변화지수는 3.44로 일반적인 개발사업 지형변화지수(2~3)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형변화지수는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형적 변화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수치가 증가하면 그만큼 환경 훼손 정도도 심해질 수 있다.

포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사업 대상지 내 원형보전 비율이 27%로 높고 경사도가 심한 곳이 많아 36홀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위원들의 반대가 상당히 강했다는 후문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향후 환경청·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치면 홀수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골프장 인허가 과정은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아직 30%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공사 계획에서도 산의 녹지축이 끊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녹지축은 생태적 보존가치가 큰 지역을 말한다. 화현면 주민들에 따르면, 천주산 자락은 도롱뇽·가재가 서식하는 1급수 계곡으로 주민들은 이 물을 식수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쌍방울그룹이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 부지. /그래픽=이해석


아직 인허가 절차는 꽤 남아있지만 쌍방울이 왜 굳이 골프장 개발이 어려운 이곳을 택했는지는 의문이다. 화현면 주민 정모씨(53)는 “(쌍방울 측에서) 골프장이 무조건 지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 향후 강제수용 당하면 값 싸게 팔릴 수가 있어 지금 파는게 낫다고 회유를 했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국내 골프장 산업이 호황기를 맞은데다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포천시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쌍방울 관계자는 “현지 조사결과 경사도 등 문제는 산지관리법 등 규제사항 내에서 충분히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구리~포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타 업체들도 포천시에서 골프장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쌍방울이 경기 포천시에 추진 중인 골프장이 포천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36홀에서 33홀로 줄었다.


■주민들 “쌍방울이 인허가 확실하다고 호언장담 하더라”

쌍방울 그룹은 지난 2020년 5월 골프장 사업을 위해 쌍방울을 포함한 계열사 비비안, 광림, 미래산업, 인피니티엔티 등 5개사가 각각 20% 지분을 출자해 SBW홀딩스를 설립했다. 포천 화현면 지현리 230만6540㎡(약 70만평)에 36홀 대중제 골프장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총 사업비는 1200억원이다.

쌍방울 그룹은 2020년부터 가칭 ‘고구려CC’ 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포천시 화현면 일대 땅을 본격적으로 매입했다. 화현면 주민들에 따르면, 3.3㎡당 6만원 안팎의 값을 쳐서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0% 계약금을 내고 2년~3년 내 잔금을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지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은 비율은 전체 면적 대비 70%를 넘었다. 화현면 주민 이모씨(68)는 “골프장 부지의 절반 이상을 종중 땅을 소유한 큰 손 세 명이 갖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 땅이 팔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것 같다”며 “과거에 천주산 석산 개발로 마을 주민들이 15년간 홍수 피해를 겪었는데 골프장 건립으로 재발할까봐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포천시는 현재 11개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이중 6개의 골프장이 화현면에 자리잡고 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포천시는 그야 말로 골프장 건설 사업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최근 포천시에서 골프장 인허가를 잘 내준다는 소문이 심상치않게 돌고 있다”며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마땅히 기업 세금이 나올 곳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천시 재정자립도는 17.2%에 불과해 경기도 평균 재정자립도인 37.4%와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하다. 2022년 기준으로 동두천시(13.1%)와 연천군(14.5%), 가평군(16.8%)에 이어 최저 수준이다.

포천시에서는 쌍방울이 짓는 골프장 외에도 신북면 가채리에서도 곧 골프장 인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5홀 규모로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대형 골프장인 포천 힐마루CC도 오는 3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2~3곳의 시행사가 포천 골프장 개발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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