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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로 명품 사고 유흥 즐기고…'회생 절차' 대우조선해양건설 파문 확산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02.09 16:36

[땅집고]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한 오피스텔 등 수분양자들은 최악의 경우 각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출금과 공사 미납급 등의 변제를 떠안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용빈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방만한 경영 행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회사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임원진은 명품 구매, 고급 오피스 임대, 고액 접대비 등 사적 용도로 법인 카드 사용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은 6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는 지난해 12월22일 사측으로부터 임금 34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도급 순위 83위의 중견건설사로 자체 아파트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한 회사다.

[땅집고]대우조선해양건설 영업이익 추이./임금진 기자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영 위기는 김용빈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2019년을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영업이익은 5년 전인 2018년 105억원에서 2019년에 33억원으로 3분의 1로 주저앉았다. 이후 2020년 235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다 2021년 188억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2022년 3분기 기준으로는 7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원진 측은 ‘건설 경기 침체로 발생한 적자’라고 해명했지만, 직원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작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했지만, 외부요인을 고려하더라도 50년 동안 건재했던 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망가졌다는 건 임원진의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회장과 임원진은 법인 이름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오피스텔을 대여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고급 백화점, 명품 매장, 미용실, 유흥가 등에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 등을 법인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대우조선해양건설 내부 고발 게시글./블라인드


8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꼭 좀 봐주세요. 우리 회장님 행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소속을 밝힌 게시자는 해당 글에서 수개월간의 급여, 퇴직금, 농구단 급여가 미지급됐음에도 외제차를 몰고 스포츠 업계 등 외부 업무에 광폭 행보를 보인 김 회장에 대해 ‘우주 최강 마이너스의 손’ ‘기업사냥꾼 무자본 M&A의 대가’라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의 임금 수개월치가 체불됐고, 퇴직금도 밀린 상태다. 이에 따른 체불 금액은 34억원에 달하고, 4대 보험료와 세금도 두 달치 이상 미납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영 악화에 따른 여파는 스포츠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프로농구 ‘고양 캐롯’도 창단 1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구단 직원을 비롯해 선수단의 임금이 체불됐고, KBL 가입비 2차분인 10억원에 대한 납부도 지연됐다.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리그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모회사의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고 체육계를 발판삼아 자기 과시와 홍보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김 회장은 지난달 2021년부터 맡고 있던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을 내려놨다. 당시 김 회장은 “어려운 시기가 맞물리며 사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사가 주최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2022 대회’를 돌연 취소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또한 재정난으로 대회 개최 1주일을 남기고 임대료 전액과 식음료 사전 예치금을 지불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 조감도./고성 스위트엠 엘크루 홈페이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오피스텔과 라이브 오피스 등 수분양자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8일 SBI 저축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은 수분양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한 각 사업장에서 진행된 중도금 대출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대출 원리금 변제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일반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실행하는 대주단과 시행사, 시공사가 작성하는 대출 협약서에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분양 계약자의 대출에 대한 기한의 이익이 자동으로 상실되며 대주단이 즉시 채권 보전 조치를 하고 대출 원리금 전액에 대해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대주단이 수분양자에게 중도금 대출 변제를 즉각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준공에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수분양자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전국에 시공 중인 사업장 약 20곳 중 일부가 하도급 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기가 지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이번 회생절차는 기업 경영에 있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절차 개시는 중장기적으로는 위험 관리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라 경제 흐름이 빠르게 바뀐다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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