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12월이랑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규제지역 해제로 투자와 실거주 수요 모두 늘어났죠. 특히 월말부터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하려는 젊은 층이 몰렸습니다.”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동북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증가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한 데 비해, 이들 지역은 거래량이 늘면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급매 위주의 매물이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봉·동대문·중랑·노원구, 거래 늘고 문의도 급증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895건으로, 12월(838건) 보다 6% 늘었다. 거래 증가세는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두드러졌는데, 도봉구는 12월 28건에서 1월 62건으로 55% 증가했다. 이어서 동대문구(55%), 중랑구(48%), 강동구(33%), 노원구(30%) 순이었다.
도봉구를 비롯해 노원구, 강북구는 상대적으로 저가 매물이 많아 부동산 상승기에 공격적인 매수세가 붙었던 곳이다. 규제가 풀리면 가장 먼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인데,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 거래가 증가한 것이다.
1월 한 달간 노원구에서는 총 82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계약 895건 중 약 10%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거래 절반 가량은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과 ‘상계주공’에서 발생했는데, 미미삼의 경우 11월과 12월 한자릿수에 그쳤던 계약 건수가 1월에는 17건으로 뛰었다. 김우정 월계동 우정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월 한달간 작년 거래 건수(40건)의 절반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금리가 여전히 높지만, 규제지역 해제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취득세 부담이 줄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 문의가 모두 많아졌다”고 했다.
답십리뉴타운이 있는 동대문구에서도 거래가 대폭 늘었다. 이 일대 단지들 전용면적 59㎡은 KB시세와 매매가가 모두 9억이 넘지만, 매매 수요가 대거 늘었다는 것. 동대문구 1월 매매 거래량은 62건으로, 지난해 11월(32건)과 12월(28건)을 합한 것보다 많다.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집 보러 온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면서 “전용 59㎡, 84㎡ 모두 급매물은 싹 소진됐다”고 전했다.
■ “규제완화 효과로 급매물 소진…반등으로 보긴 어려워”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로 서울 동북권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의 숨통이 다소 트였다는 의견이 나왔다. '1·3대책'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분양가 기준 폐지 등 부동산 관련 규제의 대못을 대부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지표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26일 63.1에서 올해 1월23일 66.0으로 2.9포인트(p) 올랐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의 아파트값 전망을 보여주는 KB부동산의 매매전망지수도 올해 1월 65.0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인 12월보다 13.7포인트(p) 오른 수치다. 여전히 기준선(100)보다 낮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다.
이 같은 추세는 특례보금자리론 도입으로 더욱 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 소득 요건 없이 연 4%대 이자로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으로, 지난달 30일 출시됐다. 보금자리특례론 심사 기간은 30일로, 대출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례보금자리론 인기는 뜨겁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액은 지난달 30일~이달 3일 총 9조 3000억원에 달한다. 출시 닷새 만에 1년간 총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원의 23.5%가 소진된 것. 구체적으로 ▲기존대출 상환 61.7%(2만 4642건) ▲신규주택 구입 30.6%(1만 2210건) ▲임차보증금 상환 7.7%(3067건) 등이다.
김우정 대표는 “노원구 주택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구매 비용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사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 도입으로 중저가 매물의 소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강남 3구나 마용성에 비해 서울 동북부 지역에 9억 미만 주택이 많아서 특례보금자리론 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장 현황을 반영하는 KB시세를 활용하므로, 최근에 거래가 이뤄진 곳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현 상황만으로 시장이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바닥에서 무릎으로 올라왔어도,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외곽을 지나 중심부까지 활성화시키려면 고금리, 글로벌 경제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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