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물주 측이 주차장 관리명목으로 불법건축물을 이용해서 출입구를 막아버렸습니다. 임대료 40% 인상을 요구했는데, ‘안 된다’고 하니 이런 식으로 영업을 방해하네요. ”

최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한 갤러리 카페 입구에 건물주가 컨테이너를 불법으로 설치한 사건이 온라인을 달궜다. 일단 컨테이너가 들어선 자리가 해당 부지에 있어서는 안 될 불법 건축물인데다, 이 불법 건축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카페 입구가 가려 영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컨테이너를 설치한 사람은 다름아닌 건물주였다. 다름 사람도 아닌 건물주는 왜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인걸까. 건물주는 이 건물 지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를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물주는 만기 시점을 한달여 앞두고 세입자 측에 종전 250만원이던 월세를 35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제안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건물주(임대인)가 직권으로 올릴 수 있는 인상 폭은 5%이다. 그 이상으로 올리려면 법적으로 합당한 근거가 필요하며, 세입자와 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건물주는 그런 과정을 건너 뛰고 무려 40% 인상을 A씨에게 요구한 것이다.

무리한 인상폭이라고 판단한 A씨는 건물주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건물주가 A씨 카페 입구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폭과 높이는 각 3m와 2m에 달해 카페 출입구 절반 이상을 가렸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는 입구를 완전히 가리면 카페 진출입이 어려워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을 남겨뒀다고 한다.

세입자 A씨는 결국 경찰과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불법건축물 관리 책임이 있는 강남구청은 이 컨테이너가 주차장에 세워진 만큼, 주차장법 위반으로 건물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지만, 사유지여서 시설물을 치우는 등의 강제 조치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A씨는 건물주의 주차부스로 인해 카페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며 지난달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영업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건물주는 경찰 출석에 앞서 컨테이너박스를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 의견은 엇갈렸다. 세입자 A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건물주가 상식선을 넘어섰다” “요즘 세입자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월세를 올려달라니 너무한 처사” 등의 의견을 보였다.

반면 건물주의 입장이 이해간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 목 좋은 위치에 있는 건물임을 고려하면 월 350만원도 ‘적정하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가로수길 메인 골목에서 약 60m 거리에 있다.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따르면 이 건물 바로 옆 상가(1층)는 보증금 1억원, 월세 530만원 선이다. 한 누리꾼은 “건물주도 세금과 이자를 내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며 “5% 인상은 물가 상승률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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