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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었는데 역대급 미분양?…'1·3대책 한 달' 성적은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2.06 08:03

[땅집고]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1·3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집값 하락폭은 둔화됐지만 매수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1·3대책’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다만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정책적 목표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지난 한 달 간의 성적표가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일대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업계에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힘을 쓰지 못한 원인으로 고금리라는 외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부동산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에 비싼 집만 쌓여있고,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저렴한 집이나 대출 상품이 부족한 것이 문제란 이야기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분양 물량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거나, 실수요자 중심으로 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거래 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 규제 다 풀었는데도 거래 ‘제자리’…미분양, 9년4개월 만에 최대

1·3대책을 통해 정부는 서울 강남권과 용산 등을 제외한 전국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대출·청약·세제 관련 규제를 폐지 또는 축소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 시절 25번의 대책을 통해 강력하게 묶어놨던 부동산 규제를 거의 다 풀어놓은 셈이다.

일단 대책 발표 후 전체적인 집값 하락폭은 둔화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8% 하락해 일주일 전(-0.42%) 보다 하락폭이 축소했다. 5주째 하락 흐름은 둔화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도 –0.31%에서 –0.25%로 줄며 5주 연속 하락폭이 감소했다.

[땅집고] 미분양 주택 추이. /조선DB


하지만 거래절벽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1월 아파트 거래량은 아직 신고기한이 20일 넘게 남아있긴 하지만 12월보다 적다. 서울시 부동산정부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 간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747건으로 작년 12월 836건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1월 1098건, 2021년 1월 5764건과 비교하면 예전 거래량의 60%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청약 시장 한파는 더 심화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또 1만가구 넘게 늘며 7만 가구에 육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 부동산 수급 미스매치 심화…“정부, 미분양 활용 대책 세워야”

업계에선 1·3대책을 통해서도 부동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못해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 주택도, 신규 주택도 아직까지 실수요자가 구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값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지난 12월 기준 8억8300만원으로, 집값이 높았던 2020년(8억5000만원대) 수준이다. 집값 상승 초기였던 2017년 1월(5억2316만원)보다 68% 높고, 집값이 최고점이던 2021년 12월 9억7100만원보다는 9% 정도 떨어진 셈이다. 공사비 등 물가 상승에 더해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하면서 분양가는 시세보다 훨씬 높아진 경우도 많다.

[땅집고]연도별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 /한국부동산원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주택 구입자금 부담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지난 5년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대로 저렴했다. 같은 1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더라도 5년 전 연 이자지출로 200만원을 부담했다면, 현재는 두 배가량인 4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집값이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가격에 실수요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정부가 저렴한 고정금리로 운영하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지만, 금리가 4%대로 여전히 3~4년 전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미분양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분양가·금리가 저렴한 공공분양 물량을 확대하는 노력은 부족하단 평가다. 정부가 지난해 250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한 건도 청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2월 공공분양주택 브랜드인 ‘뉴홈’ 사전청약으로 첫 공급에 나선다. 이번 청약물량은 분양가와 금리 수준을 시세보다 크게 낮췄지만, 이익공유형(나눔형), 임대 주택(선택형) 등의 유형을 제외하고 수요가 높은 ‘일반형(공공분양)’은 남양주진접2지구 372가구뿐으로 공급량이 극히 적다. 정부는 예정된 공공분양 물량 50만 가구중 15만가구만 일반형으로 공급한다.

[땅집고] 2월 공급되는 공공분양 뉴홈 사전청약 물량. / 국토교통부


미분양 문제도 일단 건설사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미분양 물량의 상당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추면 팔릴 수 있는 상황이라 위험단계가 아니다”며 “시장에서 정상적인 기능이 우선 작동해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건설사들이 1차적으로 미분양 주택 가격을 높게 산정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시장에 서민들이 마련할 아파트가 정작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사 탓만 해선 안 된다”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실수요자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집을 마련해주거나, 금융 수단이 마련되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1·3대책은 금리 인상으로 지나치게 억눌린 매수심리를 일부 회복하는 데는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수도권과 지방에 심화하는 미분양, 중장기적인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저렴하게 사들여 공공분양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면밀히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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