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집값 거품 좀 빠진 거 아니냐고? 아직도 한참 남았다"

뉴스 글=삼토시(강승우)
입력 2023.02.04 10:19 수정 2023.02.04 10:20

[데이터로 읽는 부동산] 서울 아파트값 버블은 아직도 역대 최대

[땅집고] 주택구입부담지수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서울 집값에 낀 거품이 최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땅집고]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불패로 통했던 서울 아파트에서도 전 고점 대비 수억원씩 하락한 거래가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서울 집값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요. 그런데 ‘이 수치’에 따르면 아직 서울 아파트 가격에 낀 거품은 역대 최대치라고 보입니다. 바로 ‘주택구입부담지수’입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간 소득인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표준 금리에 따른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에 대한 부담이 얼만큼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3개월마다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 지수가 100이라면, 근로자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으로 소득의 약 25%를 부담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3분기의 주택구입부담지수를 통해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164’, 집값 떨어지기 전 신호탄

현재 부동산 시장을 진단할 때 주택구입부담지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저금리’를 도구로 삼아,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수치화한 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지수가 금리와 집값, 소득을 모두 고려해서 현재의 집값이 과거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알려준다는 얘깁니다. 단순히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가격소득비율(PIR·Price Income Ratio)보다는 훨씬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산출하는 데 활용했던 주택 중위매매가격 기준이 중간에 변경됐다는 겁니다. 주택금융연구원이 2004년~2012년까지는 KB부동산의 중위매매가를 썼는데, 2013년부터는 한국부동산원의 중위매매가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두 기관이 산출하는 중위 매매가가 다르기 때문에, 시계열상으로 중간에 기준이 달라진다면 해당 지수를 사용하는 분석도 오류를 초래할 수 있겠죠.

[땅집고]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022년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를 산출하는 기준 중 주택 중위매매가는 모두 KB부동산 통계를 활용했다. /삼토시(강승우)


따라서 2013년부터도 한국부동산원이 아닌 KB부동산의 중위매매가를 활용해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다시 산출해보겠습니다. 그 결과 2022년 3분기의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45.9인 것으로 나왔는데요.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쭉 하향세였는데도 2분기 231.4보다 적지 않게 올랐습니다.

이들 지수를 산출하는 기준들도 함께 살펴볼까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지난해 2분기 10억9222만원에서 3분기 10억 8984만원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4.04%에서 4.79%로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구입부담지수가 고점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프를 다시 보면, 2008년 2분기(164.8)와 2018년 4분기(163.8)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별도로 표기해두었는데요. 각 시점이 지수 164 정도를 찍은 뒤 머지 않아 서울 집값 조정기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8년 2분기 이후에는 중장기 하락장이 펼쳐졌고, 2018년 4분이 이후에는 반 년 동안 조정기가 이어진 바 있죠. 따라서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164’라는 수치는, 가구 소득이 늘어나거나 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집값이 더 오르기 힘든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수가 164라는 것은, 서울 중간가격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중간 소득 가구가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41%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직도 서울 집값 너무 비싸다…주담대 원리금 상환에 소득 61%나 써

그런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그동안 ‘천장’으로 여겨졌던 164를 돌파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0년 4분기 168.6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3분기 245.9까지 올랐습니다. 지수가 245.9라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가구 소득의 61%나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높아도 너무 높은 수치인겁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연달아 오른 이유가 뭘까요. 먼저 2017년 8·2 대책에 따라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되어 매매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2020년 8월에는 임대차3법이 시행하면서 전세거래량까지 대폭 줄면서 매매·전세 모두 펀더멘탈을 상회하는 버블이 생성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곧바로 코로나19 가 터지면서 유례없는 유동성이 풀린 영향이 더해진 결과겠죠.

[땅집고]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전경. /조선DB


KB부동산이 발표하고 있는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Hosing Opportunity Index)도 같이 보겠습니다.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을 경우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비율을 뜻하는 지수입니다. KB-HOI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5%로 역대 최저점을 하회했는데요. 과거 매매가 전고점인 2009년 4분기에는 이 비율이 14.2%에 달했습니다.

즉 과거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비율이 14.2%에 불과했을 때 서울 매매가가 중장기 하락장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얘기인데요. 현재는 이 비율이 2.5%에 불과하다는 것은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 유효 수요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위 지표들을 종합하면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락에 대한 이유가 나옵니다. 즉 펀더멘탈보다 집값과 금리가 너무 부풀려진 것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주택의 중위매매가가 10억3833만원으로 전분기(10억8984만원) 대비 하락한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9월 4.79%에서 11월 4.74%로 소폭이나마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2022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3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금리 하락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유의미한 수준의 하락은 없을 것입니다. 당분간 주택구입부담지수의 고공행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삼토시(강승우),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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