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빌라왕 사기' 막는다…'집값=전세값' 보증보험 가입 못해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2.02 10:40 수정 2023.02.03 14:14
[땅집고]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한 피해자가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뉴시스


[땅집고] 앞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 전세가율이 현행 100%에서 90%로 낮아진다. 또한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등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 확대 등 처벌을 강화한다. 그동안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받아온 피해자 지원안도 대폭 바뀐다. 낮은 이자의 보증금 요건을 3억원까지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도 2억4000만원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2일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가 급격하게 확산하자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전세보증 사고액은 전년의 2배 이상인 약 1조2000만원에 달하고, 전세사기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토부



■HUG 반환보증 전세가율 ‘100%→90%’ 하향

최근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된 배경에는 ‘무자본 갭투자’와 전문 중개사들의 조직적인 가담이 있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무자본 갭투자 근절과 악성 임대인 퇴출 등을 위해 오는 5월부터 HUG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하향한다.

가령 집값이 3억원일 경우, 지금은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을 허용한다는 의미다. 이미 보증보험에 가입해 있어 보증 갱신을 해야하는 세입자는 내년 1월부터 적용・시행한다.

다만 건전한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증이 공급되도록 서민임차인 보증료 할인을 확대하고 자본금 출자·보증배수 상향 등의 보증기반 확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감정평가사가 시세를 부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를 적용한다.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한다. 임대사업자가 보증의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세입자들에게는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는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안심전세앱’을 출시한다. 안심전세앱에서는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 경매낙찰률 정보를 제공한다. 2월 피해가 많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7월까지 지방 광역시, 오피스텔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계약체결 후에는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수 있도록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을 반영한다. 임대인이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토록 하고, 신규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등으로 보증가입 불가 시 계약해지 및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특약에 반영한다.

■“전세사기 뿌리 뽑는다” 가담자 단속ㆍ처벌 강화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되고,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

공인중개사는 사기 가담 시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하고,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 도입도 오는 6월 추진한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자격 취소 사유를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2회에서 1회로 강화한다.

시장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집값 담합 위주로 관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중개사법 위반, 거래신고법 위반 등 전세사기 의심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조치토록 업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컨설팅 업체, 배후 세력 등에 대한 특별단속도 6개월 연장한다.

정부는 단기간 내 주택 다량ㆍ집중 매집, 동시 진행・확정일자 당일 매도 등 전세사기 의심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의심거래 집중 지역을 우선 조사하되, 그 외 지역과 신규 거래 건도 연중 조사를 실시하고, 의심 사례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여 위법 확인 시 엄중 처벌할 예정이다.

불법 광고・중개도 퇴출한다. 불법 온라인 광고와 전세사기 의심매물에 대해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에서 오는 25일부터 6월30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위법사항 발견 시 매월 수사 의뢰해 무자격자의 허위・과장 광고를 퇴출할 계획이다.

■피해자 지원 확대…대출 한도 1.6억→2.4억, 수도권 긴급거처 500가구 이상 확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금융, 주거, 청약, 법률 지원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저리대출의 보증금 요건을 2억4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도 1억6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늘린다. 전세사기에도 불구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서도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로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오는 5월까지 상품을 신설해 생계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까지 수도권 공공 임대 500가구 이상을 추가 확보하고, 신속 입주, 수시 유지 보수 등 이용자 편의도 개선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는 피해자를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 단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이면서 전용 85㎡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피해 회복을 위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임대인 사망 시 상속대위등기 없이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도록 법원의 등기선례와 송무선례를 기개선했고, 임대인에게 등기명령 송달 이전에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도 이달 내 추진할 계획이다. 법률구조공단・변호사 협회 등과 협력해 법률상담 창구도 확대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이번 안의 후속조치를 조속히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안심전세앱 기능 확대, 보증제도 악용방지 등 정부 차원 조치는 즉시 착수하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국회와 적극 협의해 입법 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 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라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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