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작년 12월 고분양가 논란으로 대량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가 선착순 분양에서 90% 계약률을 달성하며 완판을 앞두고 있다. 1·3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풀리고 실거주 요건이 사라지면서 투자자와 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최고 31층 31개동 총 2840가구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에서 100m쯤 떨어진 역세권이며 단지 주변으로 장위초, 남대문중, 석관중, 석관고 등 초·중·고교가 있다. 이마트,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CGV, 경희대병원 등 생활편의시설도 가까워 장위뉴타운에서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분양가였다. 청약을 앞두고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것. 전용 84㎡ 분양가가 9억3130만~10억2350만원으로 인근 신축 시세보다 1억~2억원정도 비싸게 책정됐다. 청약 결과, 일반분양 물량 1330가구 중 537가구(40%) 계약이 불발됐고, 두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지난 1월16일에는 인근 3년차 신축 단지인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같은 주택형이 7억원에 거래되며 미분양 해소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선착순 계약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28일 선착순 계약 첫날에만 600여명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윤 GS건설 분양사무소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59㎡와 114㎡는 완판됐고 나머지도 거의 다 팔려서 72㎡와 84㎡ 주택형만 일부 물량이 남아있다”고 했다.
계약자는 무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소장은 "선착순 계약은 거주지와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어 유주택자의 관심이 높은데 주로 서울 동북부 지역이나 의정부, 양주 등 수도권 북부지역 1주택자들이 갈아타기를 하려고 찾아왔다”며 “무주택자들은 시장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단지는 대출이 가능해 초기 투자금이 적고 최근 규제가 풀려 다주택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분양자 A씨는 “장위자이레디언트는 계약금(분양가의 10%)만 있으면 당장 계약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을 경우 시행사가 초과 이자분을 부담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선착순 계약에서는 추첨 없이 원하는 동·호수를 마음대로 골라 선택할 수 있다”면서 “성북구가 조정지역에서 풀려 전매제한이 1년으로 줄어들자 투자자들이 몰렸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장위4구역이 장위뉴타운 내에서도 입지가 월등하게 좋은 구역으로 꼽힌다는 점도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수분양자 B씨는 “장위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장위자이가 인근 다른 신축과 비교했을 때에도 주거 가치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어 완공 후 장위뉴타운 전반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더욱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예상된다”며 “최근 래미안포레카운티에서 하락 거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그 금액이 해당 아파트를 대표하는 시세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상 시세에 비해서는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적절하게 비싼 금액이라고 봐 청약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초기 청약 흥행에 실패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미계약 물량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 광명시 철산동 철산자이 전용 114·84㎡ 주택형은 지난 달 29일 예비당첨자 대상으로 한 정당계약에서 모든 가구가 계약됐다. 지난 15~18일 정당계약 진행 이후 남은 중·대형 약 50가구가 모두 완판된 것이다. 중랑구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리버센SK뷰롯데캐슬도 지난 해 말 44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전 가구 완판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장위자이레디언트 뿐 아니라 철산자이나 리버센SK뷰 롯데캐슬 등 수도권 주요 입지의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울 청약 시장은 살아나고 현재 예비 계약 중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도 39·49㎡ 등 일부 소형을 제외하고는 완판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소장은 “최근 분양권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이 투자하기에 용이해졌는데 보수적인 무주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빠른 다주택자들이 서울 청약 시장 분위기 판도를 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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