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명문학군 끼고도 외면받던 이 동네, 5000가구 아파트촌으로 천지개벽 시동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1.31 14:33

[발품 리포트] 역세권·학세권인데도 엄마들 ‘NO’하던 미아사거리…이제는 달라질까

[땅집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영훈초교 입구 옆 시장 골목. /김서경 기자


[땅집고] “미아사거리에 아무리 유명 사립초 있어도, 엄마들이 여기에선 절대 안 살겠다고 손을 내저어요. 동네가 너무 낙후된 탓이 크죠. 앞으로 미아사거리역을 낀 강북5구역이랑, 인근 미아뉴타운 2~4구역이 차례로 개발되면 주거 선호도가 확 오를 거라고 봅니다.”

지난 27일 찾은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6번 출구로 나와 이면도로로 들어가니 ‘48회 졸업식’ 현수막이 보였다. 1년 학비로만 1000만원이 넘게 든다는 명문사립초 영훈초와 영훈중·고등학교에서 내걸은 것이다. 그런데 명문학군 치고는 인근 환경이 꽤나 열악한 편이다. 정문 옆에는 낡은 시장이 들어서있고, 주변 골목에는 외관에 금이 죽죽 간 노후 저층 주택이 밀집해있다. 한 빌라 건물에는 오후에도 볕이 들지 않아 전날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사거리역 일대는 지하철역과 명문학군, 백화점을 모두 갖췄지만 그동안 주거 선호도가 낮았다. 역을 둘러싸고 있는 재개발 구역들이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동네 노후도가 날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일대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미아사거리역을 둘러싼 강북5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했고, 인근 미아뉴타운 촉진2~4구역 역시 재개발 사업 단계를 하나둘씩 밟아나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지하철·학군·백화점 낀 미아사거리에 새아파트 5000가구 들어선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일대에 강북5구역과 미아2~5재정비촉진구역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김서경 기자


미아사거리역 일대는 미아동에서 핵심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이다. 서울역·사당역 등으로 직결되는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이 있고, 롯데백화점과 명문학교로 꼽히는 영훈초·중·고를 끼고 있어서다.

그동안 더디기만 했던 강북5구역을 비롯해 미아뉴타운에 속하는 미아재정비촉진2~4구역 재개발 사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이들 구역 사업이 박차를 가하고 있어 동네가 천지개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다.

사업이 가장 빠른 곳은 미아사거리역 초역세권인 강북5구역이다. 2021년 1월 서울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구역으로 선정된 후, 올해 1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총 1만2870㎡ 부지를 지하 5층~지상 48층, 총 668가구 규모 새아파트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예상 단지명은 ‘e편한세상 아너펠리체’로 2026년 착공, 2029년 입주가 목표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미아동 '강북5구역'에 걸린 시공사 현수막. /김서경 기자


전문가들은 강북5구역이 총 668가구 중소규모 단지에 불과해, 서쪽에 나란히 자리잡은 총 4400여가구 규모 미아재정비촉진2~4구역까지 개발을 마쳐야 이 일대가 강북권 핵심 주거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구역은 미아뉴타운 개발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로도 불린다.

미아재정비촉진구역들 중에선 2구역이 총 3542가구로 최대 규모다. 다만 2016년 조합을 설립한 뒤 내홍이 생겨 지난해 말부터 임시조합장 체제라 사업이 더디다. 총 1037가구인 촉진3구역은 2021년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재건축 사업인 촉진4구역 역시 2021년 10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총 493가구 새아파트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다.

■미아촉진2~4구역 매물 있지만…고금리에 거래 ‘뚝’

앞으로 강북5구역과 미아재정비촉진2~4구역이 개발 사업을 마치면, 미아사거리역 일대가 총 5000여가구 이상 새아파트 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각 개발 구역에서 매물들을 선점해 추후 조합원 분양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현재 강북5구역에선 거래 가능한 매물이 없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강북구청이 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촉진2~4구역에선 아직 투자자들이 진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촉진2구역 내 대지지분 14.5㎡(4.4평)짜리 주택이 급매 가격인 4억1000만원에 매물 등록돼있다. 매수할 경우 추후 59㎡ 규모 새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실 상태인데, 인근 전세 시세인 5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한다면 투자금 3억6000만원 정도로 매수 가능한 셈이다.

미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해도 촉진2~4구역 매물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고금리 여파로 매수 문의가 사그라들었다. 인근 미아·길음뉴타운 새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초기투자금이 비슷해지자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인근에 있는 강북5구역 내 한 빌라 너머로 롯데백화점이 보인다. /김서경 기자


업계에선 추후 미아사거리역 일대 4개 구역이 모두 개발되면 미아동이 강북권 핵심 주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미아사거리 일대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는 59㎡ 를 기준으로 ‘래미안길음센터피스’가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 ‘롯데캐슬클라시아’가 지난해 11월 9억3000만원에 등록됐다. 앞으로 강북5구역과 미아촉진2~4구역에 들어서는 새아파트 가격이 이들 단지 집값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민정 사랑부동산 대표는 “강북5구역과 미아촉진2~4구역을 합하면 평지에 5000가구 이상이 들어서는 데다, 2025년 미아사거리역에 상계역에서 북서울꿈의숲을 지나 왕십리역까지 연결하는 동북선까지 추가로 개통할 예정”이라며 “개발만 완료하면 충분히 기존 미아·길음뉴타운 아파트 가격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는 길음·미아뉴타운 중심부가 길음역 일대지만, 동북선이 개통하면 미아사거리역이 길음역을 따라잡을 여력이 생긴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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