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걸어가자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연무장길이 나왔다. 총 1.3㎞에 달하는 연무장길은 성수동에서 속칭 ‘가장 뜨거운’ 거리다. 독특한 콘셉트로 인테리어한 카페와 식당, 칵테일바, 다이닝바, 즉석사진관 등 눈길을 끄는 매장이 빼곡하다. 추운 날씨에도 매장 앞에 줄을 선 젊은이들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연무장길에는 한창 인테리어 중인 중소형 빌딩과 높다란 펜스 너머로 타워크레인이 서있는 공사 현장도 많았다. 현재 연무장길에는 패션브랜드 ‘무신사’ 사옥, 뚝섬로에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사옥이 각각 올해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 시장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성수동은 전혀 딴세상이다. 상업용 건물과 토지 매매가 활기를 띠고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이후 3.3㎡(1평)당 토지 가격이 2억원을 돌파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정안 성수부동산 소장은 “최근 거래량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금 부자나 기업·법인 투자자들이 가격만 맞으면 사겠다면서 대기 중”이라며 “임차·창업 수요도 많아 공실률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황이 4~5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강변 입지, 트렌디한 기업, 초고가 주거지 갖춘 상권”
전문가들은 성수동 건물의 인기 이유를 강남 못지않은 뛰어난 입지, 트렌디한 기업 입주, 고급 주거지 등에서 찾는다. 성수동은 기본적으로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한강을 끼고 있는데다 지하철 2호선과 수인분당선이 지나고, 성수대교와 영동대교만 건너면 강남과 바로 이어진다. 어느 지역에서든 접근성이 좋아 유동인구가 몰려든다.
성수동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기업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 무신사(패션), 클리오(화장품), 젠틀몬스터(안경), SM엔터테인먼트(연예기획), 크래프톤(게임) 같은 트렌디한 기업은 물론 쏘카,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기업도 성수동에 사옥을 지었거나 부지를 매입했다. 빌딩 시장에서는 서울 3대 업무지구(광화문·강남·여의도)에 이어 성수동이 제4의 업무지구로 등장하고 있다고 본다.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가구당 40억~100억대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도 성수동에 몰려 있다. 김영정 알파카컨설팅 대표는 “성수동은 상권의 다양성이나 트렌디함, 확장성 등 여러 측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들도 성수동에 관심이 높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이 많아 용적률이 최고 400%에 달해 일반주거지역(최고 250%)보다 활용도가 높다. 또 큰 공장과 창고가 많아 1~2필지만 사들여도 굵직한 빌딩으로 개발이 가능해 사옥을 찾는 기업과 부동산 개발회사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정을용 비티지컨설팅 대표는 “성수동의 가치는 당분간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여파로 매물이 그나마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성수동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