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자이도 힐스테이트도 처참한 성적표…미분양에 몸서리치는 건설업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1.27 08:05 수정 2023.01.27 09:10

[땅집고] 올해 줄줄이 미분양 겪고 있는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단지들. /이지은 기자


[땅집고] “그렇게 인기 좋던 ‘힐스테이트’, ‘자이’에서도 미분양 폭탄이라니…. 대형 건설사 분양 성적이 이 정도인데, 나머지 중소건설사들이 분양한 아파트는 얼마나 ‘폭망’했겠어요.”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서울 및 수도권이나 지방 핵심 입지에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들은 인기가 뜨거웠지만, 최근에는 저조한 청약률과 계약률로 고전하는 사업장이 줄을 잇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달고도 곳곳서 미분양, 미계약 ‘몸살’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주택건설업계에선 체감상 지난해 대비 분양 경기가 훨씬 침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1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총 11개 단지 중 9곳이 청약 미달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청약 수요가 풍부했던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마저 줄줄이 미분양 수렁에 빠지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미분양 폭탄’이 터진 대표적인 곳이 대구시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이다. 총 478가구를 분양하는데 28명만 청약 접수해, 경쟁률이 0.06대 1에 불과했다. 대구시 핵심 생활권인 지하철 대구역과 범어역 사이에 들어서는데다 입시 학원이 밀집한 수성구 학원가 통학이 가능한 입지고, 수요자 선호도가 높다고 꼽히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적용했는데도 참패 수준의 분양 성적을 냈다.

업계에서는 대구의 경우 새아파트 입주와 공급이 쏟아지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악재까지 겹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정당 계약 기간이 오는 2월 1일까지로 아직 남아 있지만, 계약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무순위 청약 없이 곧바로 선착순 분양 일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가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를 재개발하는 ‘평촌 센텀퍼스트’는 총 1150가구 모집에 35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다. 단지가 들어서는 호계동이 안양시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이다.

[땅집고] 올해 들어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청약경쟁률 뿐 아니라 계약률도 덩달아 저조한 상황이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청약 경쟁률과 더불어 계약률도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GS건설이 부산시 수영구에 분양한 ‘남천 자이’.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영구 남천동 알짜 입지로 대장주 자리를 꿰찰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지난해 말 청약 경쟁률이 53.7대 1로 높았다. 하지만 올해 1월 16~18일 정당 계약을 진행한 결과, 계약률이 37%에 그치며 대거 미분양이 발생해 지역 업계에 충격을 줬다.

서울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가 계약률 49%를 기록했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을 낀 더블 역세권 입지면서 광화문 출퇴근이 편리해 청약 경쟁률은 19.4대 1로 높은 편이었지만, 일반분양한 53가구 중 절반에 못 미치는 26가구만 집주인을 찾으면서 무순위 청약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중소건설사 상황 더 딱해…최악의 경우 도산 우려도

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분양에 나선 중소건설사들의 청약 성적도 기업의 존망을 위협할 만큼 비참할 지경이다.

[땅집고] 올해 중소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평균 청약경쟁률 1대 1을 넘지 못했다. /이지은 기자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전북 익산시에 분양한 ‘익산 부송 데시앙’. 총 745가구로 규모가 작지 않으면서 올해 들어 전북 지역에 처음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인데, 이달 중순 1~2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0.18대 1에 그쳤다.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가 3억1850만~3억5510만원으로 인근 신축 단지 실거래가 대비 1억원 이상 저렴했는데도 수요자들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밖에 한창종합건설이 충남 서산시에 짓는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01대 1, 상익건설주식회사가 시공하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푸르미르아파트’는 41가구에 청약 통장이 9개만 접수돼 경쟁률 0.21대 1이었다.

이달 수도권에 분양한 중소건설사 아파트 청약성적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역 경남아너스빌’ 0.65대1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석정 한신더휴’ 0.25대 1 ▲경기 양주시 ‘대광로제비앙 센트럴’ 0.8대 1 등 이다. 모든 단지가 경쟁률 1대 1을 채우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계약률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지난해 11월 기준 6만가구에 육박했다. /조선DB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가 계속 악화하고 금리가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국에 미분양 물량이 쌓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부동산 호황기 때 굵직한 사업을 수주해 일감을 확보해 둔 대형건설사는 그나마 상황이 낫겠지만, 주택 사업장 한 곳에서만 미분양이 터져도 분양대금 회수를 못해 큰 타격을 입는 중소건설사의 경우 자금난을 겪다가 최악의 경우 도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해 건설 동향 브리핑에서 “건설사들은 금융시장 신용경색 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실 채권 인수 및 정리 방안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대응해야 한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올해 도산이 두려워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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