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0일 출시하는 정책 금융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작도 하기 전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지난 12일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발표 때 책정한 금리가 현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별 차이가 없거나 시중은행의 금리가 더 낮아서다. 정부는 1월 첫 주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범위(5.04~5.54%)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몇 주 사이 금융 당국의 압박과 시장 금리 인하가 맞물리며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낮추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보다 저렴한 고정 금리를 제공하는데 의미를 둔 정책 상품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기존 보금자리론을 대신해 운영한다. 금리 상승기조에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을 모았지만, 최근들어 또 한번 시중 금리 기조가 급변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카카오뱅크 최저 4.25%…특례보금자리론은 우대형도 4.65%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세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금리는 고정금리로 기본적으로 4.75~5.05%까지다. 여기에 각종 우대금리,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대출 한도를 완화한 데다 금리 상승기에 시중 금리보다 낮게 대출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으로 부각됐다. 예컨대 이용자 중 ‘주택가격 6억원 이하’면서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인 경우는 우대형 금리인 4.65~4.95%를, 나머지는 4.75~5.05%의 일반형 금리를 적용받는다.
우대형 금리 적용을 받은 이후에도 전자 약정 및 등기를 활용하거나 신혼가구 등인 경우는 별도의 특별우대 금리까지 적용돼 최대 0.9%포인트가 더 낮아진다. 최대 3.75~4.05%까지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정책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시중 금리가 8%까지 치솟았고,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수요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몇주 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발표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보다 시중 변동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나왔다. 지난 20일 기준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5년 고정·혼합금리) 금리는 연 4.19~5.19%,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혼합금리)는 연 4.25~5.25%로 특례보금자리 우대형 금리와 비슷하거나 더 낮다.
설 연휴 직후인 25일에는 시중 은행들이 이달 초 8%까지 올랐던 대출 금리를 6%대까지 낮췄다. 25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5.18~7.43%로 조사됐다. 은행은 앞으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 등을 통해 지금보다 대출 금리를 더 낮춘다는 방침이어서 금리 상단은 조만간 6%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 변동 금리가 특례보금자리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 “금리 고점 인식 높아…일단 이용 후 갈아타는 것도 방법”
내 집 마련을 계획하거나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하려는 소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차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금리 변동에 관계없이 특례보금자리론을 선택하는 데 따른 득실이 더 클 수도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최대 6억원 주택에 3억6000까지만 대출해준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시세 및 대출 상한이 높아 더 많은 돈을 꿀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70%(생애최초 80%)까지 적용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하지 않는다. 보금자리론에서 적용하던 소득 요건(부부합산 7000만원)이 폐지됐으며,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
일단 올 한 해 금리 전망이 정책 대출 상품 활용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1년동안 금리가 계속 상승하기만 한다면 1년 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더라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반대로 향후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역시 함께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운영 원칙상 매달 금리를 시중 금리에 맞춰 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금리가 고점이어서 지속적인 하락을 전망하는 분석도 나온다는 점이 문제다.
심형석 미국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닌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금리가 고점이란 인식이 강해 향후 1년간은 지속 하락할 수 있어 특례보금자리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당장 내 집 마련을 해야하는 실수요자 중 DSR에 관계없이 돈을 5억원까지 꿀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이용하다가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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