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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없는 집 찾아요"…요즘 일본서 유행이라는 '웃픈 트렌드'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3.01.25 08:08
[땅집고]올해로 지은지 40년째인 도쿄 세타가야구의 노구치 아라타 아파트는 소위 '욕실 없는 집'이다. /닛케이아시아


[땅집고] 일본 도쿄의 건축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신 노구치 씨(27세)는 작년 1월 욕실이 없는 40년 된 아파트로 이사했다. 다다미 2장 크기의 주방과 6장 크기의 방, 화장실로 이뤄진 낡은 집이다.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 지구 근처인데도 공과금을 포함한 임대료가 4만 엔(한화로 약 38만원)에 불과하다. 노구치 씨는 “평소 집 근처 목욕탕에서 씻고 자전거로 사무실까지 통근한다”며 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최근 욕조나 샤워 시설이 없는 아파트가 일본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뜨고 있다. 이른바 ‘욕실 없는 집’은 일본에서는 1950년~197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유형이었으나, 경제 호황기 때 가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욕실 없는 집을 짓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

일본 젊은이들이 오래된 구축에 사는 불편함과 바로 씻지 못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하면서도 낡고 욕실 없는 집을 찾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낮은 임대료다. 욕실 없는 집들이 대부분 오래된 주택인데다, 욕실까지 없으니 임대료가 싸다.

임대료를 줄이는 대신 취미나 여가, 저축 등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저렴한 임대료도 장점이지만, 공중목욕탕, 체육관 등 샤워나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보편화된 점이 새로운 트렌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도쿄 중심부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으면서 공중 목욕탕, 편의점 등 도심 속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손이 많이 가는 화장실 청소를 안 해도 되고 주거 공간에 최소의 물건만 두는 미니멀리스트 미학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점도 욕실 없는 집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욕실 없는 집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매물만 소개하는 웹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매물 마다 가까운 지하철역 대신 ‘가장 가까운 목욕탕’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욕실이 없는 주택을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 사이트 ‘도쿄 센토 후도산’에 따르면 도쿄 중심가에 욕실이 없는 방을 찾는 2030대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문의의 60% 이상은 남성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욕실이 없는 방에 지내는 것은 주변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특히 이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 이웃과 지역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택 조사ㆍ연구 기관 ‘라이풀 홈즈’(LIFULL HOME'S) 연구소의 토시야키 나카야마 수석 분석가는 “팬데믹 장기화로 친구나 동료와의 실생활 교류가 감소하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중목욕탕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며 욕실 없는 집의 인기를 분석했다.

욕실이 없는 주거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센토 구라시의 가토 유이치 사장은 “욕실이 없는 부동산의 장점은 마을 전체를 한 채의 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생활이 마을로 확장돼 나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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