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한해 동안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은 227명이며, 보증 사고 피해액은 4000억원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해 보증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청한 세입자 5명 중 거의 2명꼴인 37%가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에 세를 들었다가 피해를 본 셈이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해 438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3%인 827억원이 늘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관리한다.

지난해 227명의 악성임대인이 다주택 채무자 명단에 올랐는데, 이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HUG에 갚아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금액이 연간 44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 1인당 평균 19억원씩 떼먹은 셈이다.

악성 임대인의 보증 사고액은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8년 30억원이었던 사고액은 2019년 504억원, 2020년 1871억원, 2021년 3555억원으로 급증했다.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사고는 전체 사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관리가 시급하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26억원으로, 주택 수로 따지면 5443채의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 이 가운데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은 2037채로 전체의 37%에 해당한다.

악성 임대인들로 인해 발생한 보증사고는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에 집중됐다.

전체 보증사고액 중 다세대 주택 사고액이 2828억원으로 64.5%, 오피스텔 사고액이 1094억원으로 25.0%를 차지했다. 특히 오피스텔 사고액은 2021년 378억원에서 지난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보증사고 금액이 554억원으로 가장 많은 1위 악성 임대인의 경우 오피스텔 사고액이 264억원(121건), 다세대주택 245억원(114건)이었다. 2위 악성 임대인도 오피스텔 사고액이 189억원(86건), 다세대주택이 165억원(82건)으로 파악됐다. 두 건 모두 오피스텔 사고액이 많았다.

정부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명단 공개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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