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청라를 빛낼 최고 49층 대단지’, ‘49층 대전의 자부심을 높이다’.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마다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분양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로 49층이라는 층수를 내세운 문구가 눈에 띈다. 왜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아파트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하겠다는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파트를 50층 이상으로 지을 경우 건축법상 안전과 관련해 강도 높은 법규를 적용받아, 아파트 시행사·조합 및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은 건물 층수가 30층을 넘거나 높이 120m 이상이면 ‘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고층 건축물 중에서도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일 경우라면 ‘초고층 건물’ ▲층수가 30~49층, 높이 120m이상 200m미만은 ‘준초고층 건물’로 분류한다.

초고층 건물에 해당하는 50층 이상 아파트는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대한 특별법’를 적용받아, 지상층으로부터 30개 층마다 한 층 공간을 모두 비우고 대피공간(피난안전구역)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화재 등 비상상황에 꼭 필요한 공간이긴 하지만, 한 층을 짓는 데 들인 시간과 비용 대비 분양수익은 단 한푼도 낼 수 없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이 특별법이 생긴 계기는 2010년 부산의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마린시티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다. 이 아파트 4층부터 시작한 불길이 38층까지 번지는데 걸린 시간이 단 30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 관련 안전설비를 강화하는 특별법이 생겼다.

초고층 아파트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지진·테러·해일 등에 대비한 40여개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또한 50층 이상을 기피하는 이유다.

반면 한 층만 낮춰 49층으로 짓는 아파트는 준초고층 건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축 규제가 훨씬 느슨하다. 당초 건축물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층 이내에 대피공간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나, 계단을 넓게 설치하면 이 대피공간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지상으로 연결되는 직통계단의 계단 및 계단참(계단 도중에 설치하는 공간) 너비를 1.2m 이상으로 설치하면 된다.

이처럼 층수 한 개 차이로 규제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굳이 50층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랜드마크 아파트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경우, 최고 49층이면서 높이가 199.98m에 달하지만 준초고층 건물에 해당한다. 층수 1층, 높이 단 0.02m 차이로 초고층에 적용하는 규제를 피하게 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획일적인 규제 때문에 간발의 차로 건축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니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경제성을 고려하면 조합이나 시행사, 건설사 모두 ‘49층 아파트’를 짓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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