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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도 이 부장도 여기 간다며?…떠오르는 핫플 '용리단길'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1.23 08:49


[땅집고]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의 한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선 모습. /김서경 기자


[땅집고] “평일 오후 2시인데도 입장 대기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저는 운 좋게 10분 만에 들어왔는데, 앞에 13팀이나 있더라고요. 지난 주말에는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지난 19일 점심시간 무렵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뒷골목은 분주했다. 1번 출구에서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지나 뒷편 이면도로로 들어서자마자 각기 다른 사원증을 맨 사람들이 바쁘게 발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소위 ‘MZ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층은 물론이고, 회사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은 중장년층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골목 곳곳에 들어선 식당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영하로 떨어져 추운 날씨에도 미국식 라자냐가 인기 메뉴인 양식당 출입문 앞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열이 생겼다. 쌀국수를 파는 베트남식 식당, 바질맛과 후추맛 등 다양한 맛의 크로와상을 파는 카페 등 독특한 메뉴를 파는 식음료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소위 ‘오픈런’에 실패하면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인기 매장들은 유리창에 대기 명단을 작성하는 종이와 안내판을 붙여두기도 했다.

과거 노포만 몇 군데 있던 지하철 신용산역~삼각지역 일대 골목이 ‘용리단길’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초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주민들만 찾던 낡은 골목상권에 그쳤는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이색적인 메뉴를 내세운 매장이 이 일대에 하나둘 입점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 ‘힙’한 가게를 찾아온 MZ세대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수요층을 끌어들이면서, 용리단길이 서울 강북권 대표 상권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용리단길, 신흥 ‘핫플’로 등극…미국·베트남·스페인 등 이국적 식당 즐비

[땅집고]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 위치. /김서경 기자


용리단길이 상권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쯤이다. 당초 낡은 단독·다세대주택과 노포가 밀집해 슬럼화되던 골목인데, 2017년 신용산역 인근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선 뒤로 유동인구가 확 늘면서 상권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래미안용산센트럴파크’, ‘용산푸르지오써밋’, ‘용산센트럴파크헤링턴스퀘어’ 등 새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고, 2021년에는 삼각지역 2번 출구 옆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로 유명한 하이브 사옥도 들어서자 용리단길에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됐다.

현재 용리단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장 대부분은 기존의 낡은 주택을 식당·카페로 리모델링 한 것이다. 대부분 건물 골조는 그대로 두고, 외관에 색을 칠하거나 다른 소재를 덧대 복고(retro)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게 특징이다. 실제로 한 맥주집은 원래 낡은 빨간 벽돌 건물이었는데, 그 위에 검은색·빨간색 페인트를 덧댄 뒤 나무 간판을 달아뒀다. 용리단길 초입에 있는 갈비집 역시 기존 벽돌 건물을 상아색으로 칠하고 네온사인 간판을 붙이는 식으로 인테리어 했다.

[땅집고] 용리단길 관련 검색어 현황. /김서경 기자


서울 강남·홍대 등 대형 상권과 달리 용리단길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없다. 미국·베트남·스페인 등 이국적인 음식들을 파는 개인 자영업자들이 차린 독특한 가게가 상권 곳곳을 채우고 있다. 이런 독특하고 개성있는 매장들이 ‘힙’한 요소를 선호하는 젊은층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리단길을 찾는 수요층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기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용리단길’이라는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물은 무려 6만3000여개에 달한다.

■성수동·을지로 임대료의 반값…상권 확장 가능성 주목

[땅집고] 1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 초입. /김서경 기자


용리단길이 상권으로 인기를 끌자 이 일대 상업용 부동산 건물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용리단길 초입에 있는 지상 1층, 연면적 49.6㎡ 규모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지난해 3월 22억5000만원에 팔렸다. 2006년까지만 해도 7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건물인데, 2020년 15억원으로 매매가가 뛰더니 2022년에는 이보다 1.5배 높은 금액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현재 고깃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상 1층짜리 연면적 17.31㎡ 건물 역시 매매가가 2015년 9억2150만원에서 2020년 18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은석 한성부동산 대표는 “용리단길 상권이 형성되기 전에는 강북의 중심격인 용산구 입지인데도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건물이 많았다. 금리가 낮은 시기에 투자자들이 이 일대 건물을 활발하게 매입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거래가 왕왕 있었다”며 “건물 규모가 비교적 작아서 매입 후 리모델링 증축하거나 아예 신축하는 건물주들이 많다”고 했다.

용리단길 임대료 시세는 어떨까.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서울을 대표하는 ‘힙한 상권’으로 꼽히는 성수동이나 을지로에 비하면 아직 용리단길 임대료는 저렴한 축에 속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용리단길 1층 20㎡ 상가가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85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정도 규모 상가를 성수동에서 구하려면 같은 보증금에 월세로 두 배 정도는 더 써야 한다.

신용산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리단길이 힙한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는데도 임대료가 아직 크게 비싸지 않아서 그런지 식당이나 카페를 차리려는 젊은 예비 창업자들 문의가 많다”며 “그런데 상권이 워낙 조그마해서 매물로 나오는 물건이 잘 없다”고 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현재 골목상권 수준인 용리단길에 각종 매장이 더 입점하면 상권이 주변으로 확장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앞으로 상권 성장 가능성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투자자들의 경우 이 곳에서 주거·상업용 임대를 겸할 수 있는 건물을 찾곤 하는데, 상권 규모가 작은 만큼 강남 등 대형상권에서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을 기대했다간 실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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