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01·2008 추락 맞힌 한국의 닥터둠 "올해 거품 본격 붕괴"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3.01.20 07:58 수정 2023.01.20 10:13
[땅집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땅집고 인터뷰에서 "올해 키워드는 경기 침체"라면서 "채권 시장에 이어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올해 키워드는 ‘경기 침체’다. 자산시장에 연착륙이란 없다. 오로지 경착륙 뿐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진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자산가격 붕괴를 정확히 맞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닥터둠’(비관론자)이라 불린다. 이런 그가 올해 국내 경제 키워드로 ‘경기 침체’를 꼽았다. 김 교수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하면서 금리 인상이 멈추더라도 집값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30년간 증권가에서 일했다. 현재는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힘든 한 해였다. 올해 경기 전망은.
“지난해 세계 경제는 ‘고물가’로 요약 가능하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년간 0.25%였던 기준금리를 4.50%까지 올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그 영향으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무너졌다. 올해는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금리가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요가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초부터 ‘R의 공포’(경기침체)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작년엔 경제 화두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였다면 올해는 ‘경기 침체’일 것이다.”

[땅집고] 우리나라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추이. /국토교통부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지금은 모든 자산의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그러면서 자산 시장 거품이 크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채권·주식 시장 거품이 먼저 빠졌고 미국과 우리나라 집값이 지난해 6월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하락기에 들어서면 단 6개월 집값이 하락한 적은 없다. 최소 2년은 하락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소득에 비해서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이 2021년 19배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9월엔 소폭 하락해 17.7배로 떨어졌다. 평균이 12배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 저성장 국면에 소득이 받쳐주지 못해 하락 지속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자산시장은 금리 인상 충격파가 컸다. 올해는 어떻게 될까.
“미국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이다. 그러면 상한선이 4.75%가 된다. 아마 금리인상 사이클의 정점이 될 것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0.3%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공식 중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미국 경제성장률과 잠재GDP 등을 고려해 연말에 적정 금리를 추산하면 3.4%가 나온다. 지금 4% 중반대 금리와 비교하면 1%포인트 차이가 난다. 올해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 버틸 수 없기에 4분기에는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까지 올랐다. 이게 마지막일 것이다. 국내 경제가 작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GDP를 구성하는 소비·투자·수출 중 지표가 좋은게 하나도 없다. 금리는 올리기 힘들다. 올해 4분기 기준으로 보면 적정금리는 3%다. 지금과 비교하면 0.5%포인트가 더 낮다. 그래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연말에 금리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다.”

[땅집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다. IMF 사태 때와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나.
“IMF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다. 당시에는 대기업, 금융계가 무너졌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은 어렵지만 대기업은 충분히 버틸만하다. 우리 기업이 가진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940조원이나 된다. 큰 충격은 없으나 문제는 구조적 변화다. 과거 고성장에서 저성장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IMF 시기에는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이 7~8%였다. 그러나 지금은 2% 안팎으로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국면이다. 그동안 집값이 오른 건 소득과 가구수 증가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잠재 성장률을 보면 소득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구도 곧 정점에 달한다. 통계청 추정치에 따르면 2029~2030년이 정점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집값은 단기간에 급등했으나 지금은 집값이 다시 회복하더라도 속도가 굉장히 더딜 것이다.”

―일본식 장기 침체와 유사한 흐름으로 가는 것인가.
“장기 침체는 아니더라도 지난 상승장 때처럼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핵심지역은 떨어져도 다시 오른다. 그러나 그 외 지역은 오르기 힘들다. 저성장 국면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쿄 핵심 입지를 제외하고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집을 투자재가 아닌 소비재로 인식하게 됐다. 우리도 핵심 지역 외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이 바뀔 시점이 됐다.”

―부동산 시장 반등 시점을 알려면 어떤 시그널을 주목해야 하나.
“미분양 주택 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10만가구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반등 시점을 보려면 미분양 주택이 줄어드는 시기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최근 깡통전세,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핵심지역까지 확산할 때가 바닥 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고 있는데 강남3구까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풀면 집값이 바닥 근처에 도달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1·3 부동산 대책이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까.
“정부가 원하는 건 연착륙이다. 그러나 자산가격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연착륙은 없다. 경착륙 뿐이다. 오를 때는 과대 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과소 평가한다. 주가를 예로 들면 2021년 6월에는 30% 이상 과대평가됐었다. 3300까지 갔던 코스피가 2100까지 떨어지면서 펀더멘탈(기초여건) 이하로 낮아졌다. 집값 역시 지금 과대평가 돼있는데 하락기엔 과소평가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했다고 연착륙하기는 어렵다. 자산가격은 충분히 떨어져야 다시 오른다. 코스피도 2150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400으로 올랐다. 펀더멘탈 이하로 떨어져야 수요가 붙는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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