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희궁자이 기다려!"…도시재생으로 울부짖던 창신동, 날개 달았다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1.19 09:16 수정 2023.01.19 09:50

[발품리포트] ‘뉴타운→도시재생→신통’…돌고돌아 종로 대장 노리는 창신9·10구역

[땅집고] “도시재생은 창신동의 슬럼화만 부추겼습니다. 쥐와 바퀴벌레가 여전히 많아서 자녀들을 둔 젊은층은 이곳을 떠나요. 꽁꽁 얼어 붙은 시멘트 계단에서 넘어지는 어르신들만 있죠. 신통기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창신동도 달라질 때가 됐어요. 종로구 대장 자리인데,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추진위. /김서경 기자


16일 오전 서울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 은행 건물을 낀 골목으로 들어서니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동남아 음식점들을 지나자, 소형차 한 대도 못 지날 좁은 골목을 따라 재래시장이 나타났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시장 출구부터는 세탁·미싱 등 봉제 관련 간판들이 곳곳에 보였다. 바로 봉제 영세 공장이 밀집한 창신동이다. 20여년 전부터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사업이 번번이 엎어지며 현재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창신동에도 또다른 희망이 싹트고 있다. 지난해 연말 창신9·10구역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차 사업장 후보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계획 수립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정비사업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구역. /김서경 기자


■서울 전역 ‘직주근접권’에 둔 창신 9·10구역,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

창신 9·10구역은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과 1·6호선 동묘앞역 사이에 있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대문역에서 종각역까지는 환승 없이 지하철로 3정거장 거리다. 환승을 이용할 경우 20분이면 신사역에 도착한다. 업무시설이 밀집된 강남권도 가까운 편이어서, 창신동은 그야말로 서울 전역을 통틀어 직주근접 여건을 갖춘 곳이다.

창신동 주민들은 지난해 서울시의 신통기획에 도전했다. 창신9ㆍ10ㆍ12구역이 신청했는데, 9ㆍ10구역만 후보지로 뽑혔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창신동 일대는 2005년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됐으나 소송전까지 벌인 끝에 2013년 뉴타운 지정 해제 1호 지역이 됐다. 이후 창신동은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그것도 서울지역 도시재생 1호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5년부터 4년간 약 1100억원을 투입해 창신동에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창신 12구역이 신통기획에서 탈락한 것은 도시재생을 선호하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졌다. 10여년 간 꾸준히 동네를 정비한 만큼, 개발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재개발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또다른 뇌관이다.

업계에서는 창신동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한다. 9·10·12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가 약 3000여명인데, 추후 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바뀌기 때문이다. 3개 구역 추진위는 구역이 나눠져 있지만, 조감도를 같이 제작하는 등 사업 성공을 위해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공조하고 있다. 부지도 넓은 편이다. 9구역 면적은 13만3845㎡으로, 신통기획 2차 후보지 25곳 중 4번째로 크다. 10구역은 8만1370 ㎡이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관련 현수막. /김서경 기자


■종로 대장주는 따놓은 당상?…개발 찬반 주민 갈등은 ‘뇌관’

창신9·10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향후 창신동 일대가 종로구 대장 입지로 자리잡는다고 확신했다. 이들은 최근 제작한 홍보용지 상단에 ‘종로구 대장 아파트 확실-경희궁 자이보다 유리한 입지’라는 문구도 새겼다. ‘경희궁 자이’는 종로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다. 지난해 4월 3단지 전용면적 84㎡는 23억원에 손바뀜했다. 1월 현재는 같은 평형의 호가가 20억~21억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같은 종로구에 있는 창신동 시세는 수년째 서울 웬만한 지역보다 낮다. 부동산 경기 호황에 따라 상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평균보다 낮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동안 창신동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 주택 71채(해제 계약 제외) 중 50채가 5억원 미만이었다. 2021년에는 55채 중 9채가 5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곳 역시 거래가 뚝 끊겼다. 2022년 하반기 이곳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 주택은 6채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연면적 21.49㎡인 단독주택이 4억3500만원에 팔린 게 마지막이다.

현재는 주택 거래에 제약이 따른다. 지난해 12월30일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올해 1월5일부터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신통기획 후보지로 뽑힌 만큼, 통상적으로 6년 정도 소요되는 정비구역 지정과 심의 기간을 최소 2년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안에 정비계획수립 용역에 착수하고, 이르면 내년에 구역 지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용적률도 250%까지 적용받아 종전의 7층 이하 대신 최고 25층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강대선 10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사업시행인가, 이주 및 철거가 각각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잡음없이 빠르게 추진할 경우 8년 뒤면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도 있다. 시가 신통기획 추진을 위해 꾸리는 ‘주민참여단’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이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소현 9구역 추진위원장은 “12월 말 신통기획 사업지 선정 직후 시공사에서 현수막을 걸어줬지만, 누가 갖다 버려 다음 날엔 보지 못했다”며 “아직 도시재생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있어 그 부분이 염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신통기획에 탈락한 12구역은 추후 신통 공모에 다시 도전하다는 계획이다. 신종권 12구역 추진위원장은 “9 ·10 구역에서 지하철역을 가려면 12구역을 지나야 한다”며 “개발은 사실상 시간 문제인 셈”이라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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