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도심지에서 단일 브랜드 아파트가 1000~2000가구 정도 되면 대단지라고 본다. 이런 대규모 아파트에는 통상 단지 내에 상가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입주민들을 기본적인 배후 수요로 확보해 상가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시행사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단지 내 상가 수를 최대한 늘리고,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의왕시 고천동에 공급한 임대아파트인 ‘오봉산마을 1단지’ 내 상가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상가의 풍경과는 달랐다. 2020년 8월 입주해 신축인데다 총 2200가구 규모로 이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파트인데, 단지 내 상가가 단 5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LH가 단지 내 상가 공급을 늘려 분양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움직임과도 상반된다.
취재진이 5개 상가를 일일히 둘러봤다. 그 결과 단지 내 상가 수가 적을 뿐 아니라, 업종 역시 다른 아파트 단지와 조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5개 업종은 비교적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의점 ▲카페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옛날통닭집 ▲정육점(돼지고기·닭고기·계란 판매)가 전부였다. 새아파트 단지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동산 중개사무소나 미용실, 세탁소는 하나도 없었다.
‘오봉산마을 1단지’ 상가 구성과 업종 성격이 다른 아파트와 크게 다른 이유가 뭘까. 정답은 단순했다. LH가 이 단지 2200가구 전량을 행복주택으로 지어서다. 행복주택이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를 매겨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 젊은층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LH가 임대하는 주택이기 때문에, 민간끼리 거래가 이뤄지는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공인중개사사무소가 필요 없었던 것.
주택형에서도 답을 찾았다. 총 2200가구는 ▲원룸형 16㎡·21㎡·26㎡ ▲1.5룸형 36㎡ ▲침실 2개짜리 44㎡ 등 소형 주택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 주택에 입주할 자격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들이다. 즉 이 아파트에는 외부에서 소비하는 비율이 높은 1인 가구와, 소비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각 매장 업종이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 매장 관리가 편리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특별한 식사로 적합하지만 단가가 비교적 낮은 옛날통닭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오봉산마을 1단지’ 단지 내 상가 구성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아파트 상가에 입점해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상가의 규모나 분양가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해당 상가의 소비층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후 수요 집단의 소비 여력을 따져본 뒤에 진출 업종을 정해야 상가 투자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글=박균우 두레비지니스 대표,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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