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의 여파로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관련 보증사고가 전년 대비 2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보증사고 건수는 5443건으로 전년(2799건)보다 2배 가까운 2644건 늘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으로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것이다.
보증사고 건수는 2015년 1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 1630건으로 처음 1000건을 돌파했다. 이어 2020년 2408건, 2021년 2799건에 이어 지난 해에는 하반기 들어 집값과 전셋값 하락 등에 따른 보증사고가 급증하며 1년 만에 50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월별로 보면 1월 265건이던 보증사고는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 7월 421건을 기록한 뒤 ▲ 8월 511건 ▲ 9월 523건 ▲ 10월 704건으로 증가했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869건과 820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해 두 달 연속 800건을 넘겼다.
보증사고 금액도 늘어났다. 2021년 5790억원이던 사고 금액은 지난해 1조1726억원으로 불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로 인해 HUG가 실제로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2021년 5040억원에서 지난해 9241억원으로 불어 1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였다. 대위변제를 받은 가구는 2021년 2475가구에서 작년 4296가구로 늘었다.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데다 전세금이 급격히 떨어져 역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지난해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HUG에서 보증보험을 새로 발급한 가구는 23만7797가구로 전년과 비교해 5600여가구 늘었다. 보험 발급 금액도 55조4510억원으로 전년(51조5508억원)보다 3조9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집값과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소위 '깡통전세'가 증가해 보증사고는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3.6%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부동산원은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가율을 조사하고 있다. 수도권과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8.7%와 62.5%였다. 지방은 77.0%에 달했다.
보증사고율은 전국 5.2%, 수도권 6.0%, 서울 5.3%, 지방 2.0% 등이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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