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백화점 2층 천장에 다 금이 가기 시작했고요. 1층에선 갑자기 유리가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운영 중이라 완전 무서움….”
지난 16일 오후 8시 40분, 경기 성남시 소재 NC백화점 야탑점 천장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층에 있는 여성복 매장 등 천장 곳곳에 금이 가고, 1층에선 유리 지지대가 갑자기 떨어져 와장창 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그런데 이 건물 천장에 금이 간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보다 빠른 오후 2시쯤이다. 한 백화점 이용객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장 사진을 찍어 올린 것. 그런데도 NC백화점 측이 천장에 임시 지지대를 설치한 채로 영업을 계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이 터졌다.
NC백화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습기 때문에 천장 석고보드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오후에 성남시청 건축과와 재난관리과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영업을 계속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단 영업을 중단하고 고객들을 대피시켜야 맞는 것 아니냐”, “벌써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잊었나”라는 등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NC백화점 균열 사태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고 페이스북에 과거 삼풍백화점 사고를 언급하며 백화점측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원 장관은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는 일단 영업을 중단하고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라며 “과거 삼풍백화점도 전조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영업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졌다. 안전에 관해서는 조그만 틈조차 방심하고 허용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과잉반응이 낫다”고 했다.
다만 NC백화점 내부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백화점 측 주장대로 건물이 무너지는 등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건물 구조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 폐쇄조치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상으로만 보면 단순히 천장 인테리어 마감재인 석고보드가 탈락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정수 호원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통상 백화점 등 건물에선 천장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뒤 경량철골로 만든 천정틀을 설치하고, 그 밑에 석고보드를 붙인다. 그런데 이 석고보드가 겨울철 난방이나 습기 등 영향으로 수축하면서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천장 석고보드를 재시공하려면 조명 등을 다 뜯어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아마 백화점 측에서 야간이나 휴관일 등에 공사하려고 임시방편으로 천장에 합판을 대고 지지대를 설치해뒀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균열 사실이 언론을 타고 퍼지자 NC백화점 측은 결국 안전이 담보되기 전까지 영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건물은 17일 소방 당국, 사설 안전 점검 업체와 함께 정밀 안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NC 백화점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영업을 즉시 중단한다는 자체 매뉴얼이 있다”며 “(균열 사고가 최초로 접수된) 어제는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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