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자기들이 배달시켜놓고, 택배기사한테 엘리베이터 쓰려면 돈 내라고 요구하다니…. 비싼 아파트 산다고 완전 ‘갑질’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세종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져 온라인 상에서 시끌시끌하다. 사용료는 큰 금액은 아니다. 공동현관 카드키 보증금으로 10만원, 엘리베이터 사용료로 월 1만원이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자가 주문한 각종 물품을 배송하느라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데 사용료를 내라는 건 갑질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아파트는 세종시 나성동에 2021년 6월 입주한 주상복합 ‘세종나릿재마을2단지 세종리더스포레’. 아직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실거래 사례는 없지만, 전용 84㎡(34평) 호가가 최저 11억7000만원일 정도로 고가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2일 택배기사에게 “오는 2월부터 공동현관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해야 한다”며 “카드키 보증금 10만원과 승강기 사용료 월 1만원을 내라"고 했다. 인테리어 공사업체에 대해서도 카드키 보증금 30만원, 공사 기간 중 엘리베이터 사용료 10만원을 내도록 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주차장 등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엘리베이터 사용이 빈번한 비(非) 입주민에게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정한 관리규약이 입주자대표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갑질 아파트’ 논란이 확산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보증금을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 사용료를 월 1만원에서 4400원으로 각각 낮추는 방안을 1월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 이달 중 재의결하기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에 일부 입주민이 ‘택배기사가 엘리베이터 한 대를 잡고 택배 배송하는 바람에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실제로 세종시 다른 아파트 몇 군데가 (택배 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아파트도 사용료 부과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관리규약 재의결이 도의상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완전 몰랐다. 주민 의견도 묻지 않고 결정한 사안이다”, “우리 편의를 위한 택배 서비스인데 승강기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일각에선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내도록 한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고 48층 높이인 ‘세종나릿재마을2단지 세종리더스포레’처럼 고층 아파트에선 엘리베이터 한 대만 운영이 지연돼도 입주민들 발이 묶인다는 것.
택배기사 때문에 매일 엘리베이터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힌 A씨는 “한 층에 3~4가구 이상 배치했는데 엘리베이터는 1~2대 밖에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택배기사가 층마다 버튼을 누르면서 물건을 배달하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불편하고 답답하다”며 “어차피 택배기사도 한 단지에 수십건에서 수백건 물건을 나르면서 수입을 거두는데 엘리베이터 이용료가 월 1만원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꼬마빌딩, 토지 매물은 ‘땅집고 옥션’으로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 국내 최고의 실전 건축 노하우, 빌딩 투자 강좌를 한번에 ☞땅집고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