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모든 대책이 추진 중, 검토 중이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네요.”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보증보험조차 들지 않아 전세금 돌려받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이번 정부 대책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지원 대책은 ▲살던 전셋집이 경매에 부쳐져 거처가 없는 피해자에 긴급 저리 대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강제관리 주택이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임대 주택 임시 제공 ▲전세 피해지원센터를 통한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경매로 매각이 결정되는 경우 보증금 선순위 배분 등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증보험을 들지 않은 피해자 가운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최선순위라면 직접 경매나 공매를 신청해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해 해당 주택이 낙찰되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크게 떨어져 낙찰가가 전세금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결국 보증금을 돌려받아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한다.
보증금을 변제받기 위해 전셋집을 낙찰받으면 주택 청약이나 대출에서 불이익이 있는 점도 문제다. 피해자 A씨는 “만약 경매로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자기 살던 집을 낙찰받을 경우 생애최초 특별공급이나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 실행 자격을 상실한다”며 “이미 청약 당첨돼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 치르고 이사하려던 사람 중에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예 경매 신청 기회조차 박탈당한 경우도 있다. 보증보험 미가입 피해자 상당수는 속칭 빌라왕 김모씨가 남겨놓은 체납 세금(63억원) 탓에 경매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해당 주택이 모두 경매로 낙찰되더라도 체납 세금을 빼고 나면 배당액이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경우 경매 자체가 취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오는 4월1일부터 매각이 결정되는 물건에 대해 선순위에 관계없이 보증금부터 우선 배당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빌라왕 김씨의 경우 체납 조세가 종합부동산세로 국세 체납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미납된 63억원 전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임차인들이 부담해야 한다. 또 4월 1일 전에 이미 매각기일이 잡힌 경우에도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법률 서비스나 새로운 거처 마련을 위한 무이자 대출도 소득 기준이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무이자 대출 지원을 받으려면 중위소득 125% 이하(1인가구 기준 월 259만원, 2인가구 기준 월 432만원)여야 하는데 기준에 맞는 피해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률 자문과 소송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자도 중위소득 125% 이하만 이하여야 한다. 피해자 B씨는 “소송 비용으로 최소한 400만~500만원은 들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찮다”고 했다.
정부가 긴급 주거지원 대책으로 마련한 임시 거처 제공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공하는 '강제 주거 관리' 주택은 곧 경매에 넘어가거나 경매 진행 중인 물건이어서 이사 후 1~2개월 지나면 퇴거당할 수도 있다. 피해자 C씨는 “경매가 진행돼 머물 곳이 없는 피해자들은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 대 이율로 대출받아 집을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돈으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자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 논의가 선행돼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답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피해자 D씨는 “조세 체납액 때문에 전셋집을 경매에 부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세 당국과 논의해야 하고 악성 임대인을 미리 알고 싶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법무부와 논의해야 한다는게 정부 답변”이라며 “애초에 관계부처가 모두 참석해 대책을 내놓는 설명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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