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 집주인이 대출 이자도 내준대"…'역월세' 진짜 괜찮을까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3.01.12 07:36 수정 2023.01.12 11:45

[땅집고] 직장인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전세 계약 종료를 앞두고 연장할지, 아니면 이사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2년 전 5억원이던 전세 시세가 현재 3억50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 A씨는 일단 집주인에게 시세와의 차액 1억5000만원을 반환하면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집주인은 이미 보증금을 다 썼다면서 이른바 ‘역월세’ 계약을 제안했다. 당장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차액 1억5000만원에 대해 매달 5% 이자를 A씨에게 주겠다는 것.

A씨는 집주인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집주인의 역월세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돈이 없는 집주인이 앞으로 차액을 무슨 수로 반환할지, 금리는 계속 오를텐데 역월세 이자는 어느정도가 적당한지, 혹시 이자를 제때 주지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주변에 유사 사례를 겪었다는 사람도 없어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다.

[땅집고] 최근 수도권에 전세금이 급락하면서 하락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역월세'를 제안하거나, 감액 거래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선DB


최근 수도권 전세금이 큰 폭으로 급락하고, 매매 가격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빈번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낮춰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유지하는 감액 갱신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이 하락한 전세보증금 차액을 반환하고 재계약하거나, 차액에 대한 이자를 매월 세입자에게 납부하는 역월세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역월세 자체가 전례가 없어 자칫 임대차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집값 하락에 수도권 감액갱신계약 비율 역대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지난해 10~11월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수도권 지역의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갱신 계약 중 기존 계약보다 전세보증금을 낮춰서 계약하는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이 13.1%로 조사됐다. 이는 국토부가 전·월세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땅집고] 전월세 갱신계약 중 감액 계약 비중. /집토스


종전 계약과 동일한 금액으로 갱신한 계약의 비율도 12.9%로 3분기(9.1%)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집값 낙폭이 컸던 경기지역의 아파트에서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이 23.1%로 눈에 띄게 높았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고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이자가 부담돼 기존 세입자와 감액 계약을 맺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역월세를 문의하거나 제안받았다는 게시글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주로 “집주인이 역월세를 제안했다”, “역월세는 남일인 줄 알았는데 세입자에게 문의하고 있다”, “차액에 대한 이자를 받아도 남은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는가” 같은 글이 수십건 올라와 있다.

올해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 B씨는 “집주인이 주말마다 찾아오면서 계약 연장을 요구하고, 지난주에는 무릎까지 꿇었다”며 “전세금이 오를 때는 나가라고 구박했는데 어이없다”고 했다.

■ 역월세 문제 없나?…“향후 분쟁 소지 있어”

전문가들은 일단 역월세 계약서를 쓸 땐 구체적인 거래 내용에 대한 약정을 분명하게 걸어둬야 한다고 했다.

역월세 계약은 ▲전세금을 낮춰 재계약하고 차액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는 방법 ▲전세금을 그대로 두고 차액에 대해 따로 계약서를 쓰는 방법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분쟁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갱신계약을 할 때 전세금을 낮춰 재계약하면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을 다 날릴 위험이 있다”며 “기존 전세 보증금 그대로 계약하고 차액에 대해 따로 이자를 받을 경우 법적으로는 불분명한 돈이며 세법 상으론 이자 소득에 해당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역월세 이자율도 정해진 바가 없어 앞으로 이자가 더 오를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계약에 따른 세금 등 부대비용과 이자율은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는데, 선례가 없기 때문에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 꼬마빌딩, 토지 매물은 ‘땅집고 옥션’으로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 국내 최고의 실전 건축 노하우, 빌딩 투자 강좌를 한번에 ☞땅집고M



화제의 뉴스

공공 매입임대 약정 건수 12만5천건 돌파…심의 통과는 3만5천건
"영종도에 K엔터시티 만든다" 한상드림아일랜드, 빌보드코리아와 제휴
[단독] 도로 없는 유령아파트 '힐스테이트 용인' 준공 4년만에 드디어 공급
3기 신도시 최초 본청약 30일 시작, 인천계양 1106가구 나온다
정부 기관은 "최대치 상승" 공인중개사들은 "4.5% 하락" 엇갈린 분석, 왜?

오늘의 땅집GO

[단독] 공급부족론 폈던 국토연구원, 집값 뛰자 주택 보고서 비공개
'박현철 리더십' 롯데건설 매출 30% 성장…PF 위기 극복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