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사기 피해자들 "정부 대책 실효성 없다" 울분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3.01.10 19:26
[땅집고] 1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를 열었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제가 살고 있는 집은 다음 달에 경매 기일이 잡혀 한두 달 내로 퇴거하게 생겼습니다. 긴급주거지원 시 이사 비용은 지원되나요?"

"현재 대다수 피해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겁니다. 빌라왕 김모씨가 집주인이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 사실을 집 사기 전에 알 수 있었더라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국토부 측에서는 사전적으로 임대인 정보를 알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인가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 자리에는 최근의 전세사기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설명회를 마련한 국토교통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빌라왕’과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빠졌다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 임차인 중 한 명은 "생업을 포기하고 나온 자리인데 실제 새로 나온 대책 중 도움될 만한 게 하나도 없다"며 "임시거처를 구해 새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해당 임대인이 빌라왕과 같은 전세사기범이라 보증금을 못 돌려받으면 그땐 어떡할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이 이미 발표된 내용을 반복하는 것에 그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검토 중이고, 추진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땅집고] 전세사기 피해자 현황.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이날 법원·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피해자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해서는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임차권 등기가 완료된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임대인에게 떼인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사전심사를 통해 임차권 등기 이전에도 보증이행을 청구할 수 있어 보증금 지급 기간을 1∼2개월 가량 단축한다.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는데 필요한 여러 절차를 개선하겠다"며 "법무부와 함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피해자들의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과 저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매가 진행돼 머물 곳이 없는 피해자들은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전 영업지점에서 신청 가능하다.

긴급 임시 거처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10세대가 HUG의 강제관리주택에 입주한 상태다.

전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택임대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임대차 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조회 권한을 부여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입신고 효력 발생(다음날) 전에 임대인이 담보대출을 받아 은행의 근저당권이 임차인의 대항력보다 우선하게 되는 피해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HUG는 신축 빌라 등 정보가 부족해 전세사기에 노출된 세입자에게 정보 제공을 위해 연립·다세대 적정 시세정보나 위험매물임을 알 수 있는 전세안심앱을 1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을 발족해 전세사기·집값 담합 단속 등 거래 전 단계에 대해 소비자의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기방지를 위한 기획조사도 비주택 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과 함께 전세사기 단속·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에 임대인이나 건축주 브로커등이 공모해 하는 조직범죄 근절을 위해 경찰과 공조해 수사 진행 중”이라며 “엄정히 처벌해 이런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정부 및 관계기관도 전담 TF를 구성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현장과 밀접히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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