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35층룰 폐지' 마냥 반길 순 없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3.01.09 07:58


[땅집고]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했지만 실직적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인원 기자


[땅집고] “서울 새아파트 층수 발목을 잡던 ‘35층 룰’이 사라진 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죠. 그런데 사실상 층수를 높이려면 그만큼 서울시에 공공기여로 바쳐야하는 임대주택이나 부지가 확 늘어날텐데, 마냥 이득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동안 서울 아파트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던 소위 ‘35층 룰’이 9년 만에 폐지됐다. 이에 따라 50~6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설 수 있는 물꼬가 트이면서, 서울 곳곳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스카이라인도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마냥 ‘공짜’로 초고층 아파트를 짓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35층 룰은 폐지됐지만 용적률 등 나머지 규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파트 층수를 높이려면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하는 부지나 임대주택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단지마다 부지의 25% 정도를 기부채납으로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공공기여 규모를 둘러싸고 정비사업 구역과 서울시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35층 룰’ 풀려…‘층수 경쟁’ 불보듯

[땅집고] 서울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중 35층 규제 관련 내용. /서울시


이달 5일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해 공고했다. 이 계획은 서울시가 앞으로 추진하는 여러 도시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을 말한다.

그동안 서울 새아파트 층수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나왔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최고 35층으로 제한됐다. 더군다나 한강변에 배치하는 아파트라면 높이가 15층 이하로 더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일률적 규제 때문에 서울 재건축·재개발 구역마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서울시엔 층수가 똑같은 성냥갑 아파트만 생기게 돼 도시 미관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하지만 이번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35층 룰’을 폐지하는 계획을 확정하면서 앞으로 서울시 곳곳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고, 스카이라인 또한 다채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계획보다 아파트 층수를 더 높이려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줄줄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존 최고 14층, 28개동, 4424가구던 이 아파트를 최고 35층, 3개동, 5578가구로 재건축하는 계획안이 지난해 10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35층 룰’ 폐지에 발맞춰 올해 상반기 중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더 높이는 정비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 높이 제한 없애는 대신 기부채납 비율 커질 듯

[땅집고] 정비사업 조합이 국가나 지자체에 사업지의 일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거나 단지 내 공공주택을 새로 지어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이나 높이 등 규제를 완화받을 수 있다. /서울시도시계획포털


하지만 일각에선 ‘35층 룰’이 폐지됐다고 해서 아파트 층수를 최대로 높이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35층 높이 제한은 사라졌지만 해당 단지에 적용하는 용적률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건축하려면 용적률을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서울시에 더 많은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부채납이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사업지의 일부 땅을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물 형태로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주택을 지어 소유권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조합은 기부채납을 하는 대신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받아 더 높은 아파트를 짓는 식이다. 즉 층수를 높이는 대신 공공기여하는 재산도 그만큼 늘어나, 조합의 이득이 일정부분 상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아파트 단지에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해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평균 기부채납 비율이 15%였는데, 아파트 층수를 오 시장이 허용하는 만큼 높일 경우 이 기부채납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사업성이 떨어졌던 것.

[땅집고] 서울시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는 57층 초고층으로 짓는 대신 서울시에 부지의 25%를 기부채납으로 바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당시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합정 등에는 부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으로 요구했고, 여의도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주는 대신 기부채납 40%(토지 30%·현금 10%)를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현재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인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는 57층으로 짓는 대신 부지의 25%를, 성동구 ‘트리마제’는 47층 건축 조건으로 부지의 32%를 서울시에 각각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35층 룰’ 폐지를 적용받게 된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에선 이미 기부채납과 관련한 갈등이 벌어진 바 있다. 최고 50층에 총 380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인데, 서울시가 주민설명회에서 임대주택 630가구를 지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주민들 반대에 부딪힌 것. 새아파트를 짓더라도 임대주택이 전체 가구수의 6분의 1이나 차지해, 기부채납 규모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나는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이번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 층수 완화에 따른 기부채납 가이드라인은 마련한 바 없다. 엄밀히 말해 35층 룰과 기부채납은 별도의 규제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기 때문”이라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아파트 단지가35층 이상으로 층수를 한 층 올릴 때마다 기부채납으로 공공기여해야 하는 임대주택이 몇 가구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도, 각 사업장마다 사정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평균치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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