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임대차 시장에 매주 임대료를 내는 형태의 ‘주세’(週貰)가 등장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대를 돌파하고,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급증하면서 전세보다는 월세, 또 월세보다 더 간편한 주세로 임대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초단기 임대 형태인 주세는 일주일 단위로 측정된 금액을 집주인에게 지불하는 임대차 방식이다.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주세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임차인에게는 큰 액수의 전세보증금 부담도 덜고, 좋은 컨디션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집주인들에게도 거래 절벽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로 두는 것 보다 주세로 돌리는 편이 이득이다.
현재 단기 임대 매물을 볼 수 있는 플랫폼 ‘33m2’(삼삼엠투)에는 매일 수십 개가 넘는 주세 매물들이 올라온다. 고층 한강뷰 강남 아파트, 수도권 역세권 신축 오피스텔, 바다뷰 제주 원룸 등 지역도, 주거 형태도 다양하다. 주세 임대료는 매물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이다. 강남의 경우 신축 오피스텔이 한 주당 30만~50만원 선이고, 방 3개짜리 아파트의 주세는 80만원이 넘는다. 빌라나 고시원 형태의 원룸은 10만원대도 있다.
매물을 들어가보면 전용 면적이나 건물유형, 구조, 엘리베이터와 주차여부 등 공간 기본 정보를 볼 수 있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기본 옵션이나 기타 옵션을 확인할 수 있다. 호텔처럼 입실과 퇴실 시간이 있고, 공간 내 조리도구와 욕실 용품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보증금이 없거나 적은 편이지만, 주차비나 관리비는 별도로 청구된다. 매물별 후기도 볼 수 있다.
주당 45만원짜리 강남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은 33만원, 청소 비용은 4만원 수준이다. 관리비용은 주당 3만원씩 청구된다. 주차 비용은 월 정액 1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한 대신 리스크도 크다. 일반 임대차 계약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월세보다 임대료가 높은 편이라 비용 부담이 높은 편이다. 장기 출장이나 여행 등 단기 임차가 아닌 장기 거주자는 월세보다도 큰 임대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집주인이 임의로 임대료를 높이거나, 임차인의 주세 연체 등 전월세 계약보다는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고 단기 임차 중심이라 전입신고 여부도 확실치 않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주세를 체납했을때 계약의 해지조건, 임대료 인상 등은 계약에서 명확히 짚어야 할 것”이라면서 “보증금이 없거나 적기는 하지만, 월로 계산했을 때는 오히려 임대료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어 꼼꼼한 확인 후 계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네티즌들은 장기 거주로 사용하지 않으면 괜찮겠다는 반응이다. 관련 글에는 “에어비엔비의 양지화 버전 같다” “장기 출장 때 이용하기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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