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 2년 만에 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향조정되면서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아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시세 대비 감정가 역전현상’으로 경매 시장에서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차 아파트 전용면적 144㎡가 경매매물로 나와 입찰이 진행 중이다. 감정가는 49억원. 매각기일은 11일이다. 이 단지가 법원 경매 시장에 나온 건 2020년 10월 22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강남의 상징으로 꼽힌다. 총 1~14차 단지로 이뤄어져 있고, 한강변에 맞닿은 압구정동 단지들 중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다. 현재는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곳은 압구정초ㆍ중ㆍ고등학교를 끼고 있어 교육환경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호선 압구정역과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갤러리아 백화점 등 상권도 갖췄다.

이 같은 입지를 토대로 지난 2021년에는 빌딩 한 채 가격에 거래가 체결돼 조세당국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2021년 4월 전용면적 245㎡가 무려 80억원에 손바뀜됐다. 당시 매수자는 70대 노부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대아파트 인기는 경매 시장에서도 지속됐다. 지난 2020년 개시된 압구정현대 8차 전용면적 107㎡ 입찰에는 총 9명이 몰렸으며, 최종 낙찰자는 감정가의 114.36%인 24억1309만원을 써 냈다. 이는 감정가(21억1000만원)보다 3억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가격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경매로 나온 물건과 같은 평형인 압구정 현대 6차 144㎡의 경우 지난해 2월 49억원에 매매됐으나, 7개월 후인 지난해 9월에는 46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경매 감정가인 49억원과 비교해 시세가 2억5000만원 낮다.

매매가 하락은 경매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강남권 단지들은 경매에서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입찰이 진행되는 아파트들의 경우 집값이 고점을 찍었을 당시 감정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비싼 감정가로 시장에 나오게 됐다. 경매 물건이 감정을 받고 입찰이 진행되는 데 까지는 통상적으로 6개월 내외가 소요된다.

결국 유찰을 거듭하고 2, 3차 입찰에 이르러서야 현 시세에 근접한 가격이 된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104.3㎡의 최초 감정가(1차 입찰 최저가)는 27억9000만원이었으나, 2차 최저매각가는 1차의 80%인 22억3200만원으로 조정됐다. 낮춘 가격에서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1차 가격의 64%로 정해진 3차 가격으로 다시 경매를 개시하게 된다. 현재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이 물건의 3차 최저매각가는 17억856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압구정동 현대 6차 아파트 전용면적 144㎡ 매물 역시 현재 입찰가 49억원 이상 가격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나온 경매 물건들은 지난해 상반기 실거래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감정가는 집값이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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