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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은평선' 노선도 바뀌나…고양시 신청사 이전 논란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3.01.06 11:48
[땅집고]고양시청 신청사가 위치할 요진빌딩 전경./고양시


[땅집고] 시청사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경기 고양특례시 시민들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이동환 고양시장이 지난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요진개발㈜이 고양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업무빌딩의 소유권을 3월 중 넘겨받기로 해 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다. 전임 시장 때 추진한 새 청사 신축 계획은 백지화 한다고도 했다.

요진빌딩은 지하철 3호선 백석역과 인접한 요진와이시티에 있으며, 연면적이 6만 6115㎡(약 2만평)에 이른다. 이 시장은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면서 “이번 청사 이전 결정은 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요진 빌딩은 백석동 요진와이시티를 개발·분양한 요진개발㈜이 고양시에 기부채납을 약속한 빌딩이다. 위치는 백석터미널과 벨라시타 사이다.

■ 신청사 이전 찬성파 “혈세 절감 적극 지지한다”

이 시장이 요진빌딩으로 청사 이전을 결정한 배경에는 기부채납을 둘러싼 법적 분쟁 종료로 고양시가 요진빌딩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새 청사를 짓는데 드는 2900억원의 사업비 절감과 업무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신청사 이전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기부채납 받은 큰 빌딩 2개를 그냥 두고 혈세를 들여 신청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시장이 시민의 피인 세금을 아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요진빌딩으로 청사가 이전되면 신청사 건물 최근접에 있는 일산요진와이시티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일산요진와이시티는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가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청사 이전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는 호갱노노 일산요진와이시티 게시판을 찾는 수도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해당 게시판에는 “시청 본청이 하루아침에 집 앞에 생기다니 횡재다. 불경기가 풀리면 큰 수혜가 예상된다” “집값이 추락하니 시청 이전 소식도 인근 주민에게 희망이 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보이기도 했다.

■ 반대파 “행정절차 무시하는 행위” 반발

반면 기존에 신청사 건립이 추진됐던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한 시민은 “앞서 진행된 모든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담당 공무원들도 모르게 계획을 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손바닥 뒤집듯 원안을 바꿔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미 부지를 정해 도시계획 절차까지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에서 신청사 이전을 결정했다는 점에 있다. 이 사업은 이재준 전 시장 때인 2019년 건립기금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입지 확정과 투자심사, 설계, 토지·지장물 조사용역까지 진행돼 이미 예산이 67억원가량 쓰였다.

현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0일 시의회 건설교통위 상임위에서 이영훈 시의원(국민의힘)은 "(신청사 문제가) 이미 행정적으로 많이 진행됐고 시장이 바뀔 때마다 청사 위치가 왔다 갔다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련 건교위원장은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신청사 건립을 고민한다고 하지만 이미 투입된 비용과 앞으로 원점 재검토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문제가 크다"고 했다.

[땅집고]서울 새절역에서 창릉신도시를 지나 고양시청으로 연결되는 고양은평선 노선도./국토부


■신청사 옮기면 ‘고양은평선’ 노선도 바뀌나

신청사 이전 소식과 함께 고양은평선의 노선 변경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고양은평선이 대곡역 근처로 가지 않고 3호선 화정역 방향으로 틀어 화정역을 거쳐 고양시청역에서 정차한다고 밝혔다. 고양시청역은 주교동에 세워질 계획이었지만 신청사 이전이 백석동으로 결정됐으니 노선 변경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총 사업비가 1조 4100억원에 이르는 고양은평선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새절역을 출발해 창릉신도시(GTX창릉역 환승)를 지나 고양시청역을 연결한다.

고양시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창릉 3기 신도시 조성 논의 당시 시청 청사가 이전하면 그쪽까지 역을 만든다는 게 조건이었다”며 “노선 변경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아직 변동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의 고양시청역에 교외 노선과 트램이 모두 지나가게 될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신청사 쪽으로의 노선 변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겨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노선 변경이 추진되면 비용이 크게 발생하게 된다. 다만 고양시 측에서 노선을 변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거나 지자체 혹은 지역개발업체에서 해당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진행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주민 반발 무마용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 제시
고양시는 원당동 일대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사태 진화를 위해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원당지역의 도시공간 재구조화를 통한 원당의 미래비전을 담고 있다.

해당 계획은 현 청사에 고양시 산하 기관을 유치해 제2청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청사복합개발을 통해 주변지역을 도심복합개발 가능구역으로 정비해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비록 원당동에 청사 건립이 무산됐더라도 지역 활성화를 위한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슬럼화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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