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니, 둔촌주공 중도금 대출이랑 전매제한이 이렇게 확 풀릴 줄 알았으면 고민 안하고 청약했죠. 정부가 규제 감안해서 청약 포기하거나 계약 안한 사람들 다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닙니까? 둔촌주공 청약을 전면 재시행해야 공평합니다!”
이달 3일 국토교통부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특히 모든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방안 등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조치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는 84㎡(34평) 분양가가 12억원을 돌파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데다 전매제한이 8년, 실거주의무가 2년인 등 각종 규제를 받았던 터라 이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부동산 규제가 해제되면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고, 전매제한은 1년으로 줄었으며, 실거주의무도 사라졌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미계약을 우려했지만 이번 정부 조치로 숨통이 확 트이게 된 셈이다.
반면 한쪽에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둔촌주공 공급 당시 각종 규제 때문에 청약을 안 했는데, 정부가 새해 들어 규제를 갑자기 풀어버리는 바람에 청약 포기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둔촌주공 조합과 청약당첨자들이 큰 혜택을 보게된 것은 맞더라도, 새해가 되자마자 정부가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심각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규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서울 재건축 최대어인 둔촌주공마저 미분양·미계약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차환에 실패하고, PF에 얽힌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거나 심각한 경우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서 국가 경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중도금 대출 규제랑 실거주 의무 때문에 청약 시도도 안했다. 이렇게 규제가 없어질 줄 알았으면 진작 청약했을텐데, 정부가 예비청약자들을 기만하고 갖고 놀았다”, “정부 믿고 과감히 청약을 포기했던 사람들만 다 바보됐다. 둔촌주공 청약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공평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국가가 특정 조합을 살리기 위해 정책까지 바꾸고, 조합원들과 청약당첨자들만 특혜를 입었다는 불만도 거세다.
업계는 규제에서 벗어난 둔촌주공의 계약률을 주목하고 있다. 정당계약 기간은 이달 3~17일이다. 같은달 19일 둔촌주공PF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정당계약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둔촌주공 시공사 연대보증 금액은 ▲현대건설 2005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808억원 ▲롯데건설 1710억원 ▲대우건설 1708억원 등, 총 7231억원이다.
통상 계약률이 70% 이상이면 흥행했다고 평가하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계약률이 기대보다 저조할 수 있다. 만약 계약률이 낮다면 둔촌주공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가 자체 현금을 투입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둔촌주공이 7231억원 규모 PF를 한 번에 차환하기 위해 필요한 계약률은 77%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분석보고서에서 “세대별 가중평균 분양가 기준으로 계약이 100% 이뤄질 경우 사업지 기준 4조7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후분양이라 초기 계약금 20%가 회수되기 때문에 현금은 9430억원이 들어온다”며 “따라서 PF를 일시에 소강하기 위해 필요한 계약률은 77%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계약률이 50%인 PF현장도 시공사 연대보증 물건이라면 무리없이 차환이 일어난 과거 사례가 많다. 둔촌주공이 서울 대형 재개발 사업장이기 때문에, 시공사 연대보증과 사업성을 고려하면 정당계약률과는 별개로 PF차환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차환에 실패한다면 제2의 PF시장 자금경색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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