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장지호 TDTD 대표 “영화감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장 콘셉트·인테리어 짠다”
[땅집고] 지난 3일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모처럼 서울 중구 신당동을 찾았다.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신당역 1번 출구에서 대로변을 따라 5분 정도 걷다가 이면도로로 진입하니, 유독 으스스한 분위기의 매장이 눈길을 끌었다. 술을 모시는 신당이라는 콘셉트로 2019년 문을 연 칵테일바 ‘주신당’이다. 기와를 얹은 목재 단상으로 만든 출입구에 촛불을 여럿 배치하고, 볏짚으로 상부를 장식해 마치 오래된 무당집같은 인상을 준다.
출입구 오른편에 자리잡은 고양이 동상을 손으로 밀자 문이 열렸다. 그런데 매장 진입과 동시에 앞서 받았던 으스스한 인상이 싹 사라졌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칵테일바 내부를 장식한 가운데 보라색, 빨간색 등의 조명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에는 실제 물고기가 노니는 어항을 설치해 마치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에 들어선 느낌을 받게 된다. 오픈 시간인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주신당’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20~30대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신당’을 만든 사람은 올해 38살의 장지호 TDTD 대표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장 대표는 ‘힙한 매장’을 고안해내는 젊은 창업가로 입소문이 나 있다. 신당동에 ‘주신당’ 뿐 아니라 젊은층을 겨냥한 이색 떡볶이집 ‘토보키’를 차려 이 일대를 ‘힙당동’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앞서 2017년 동대문에 스피키지 바(Speakeasy Bar·가정집이나 창고를 개조한 술집) 컨셉인 ‘장프리고’로 일찌감치 MZ세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각 매장에서 발생하는 월 매출이 8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땅집고가 장 대표를 만나 그만의 창업 노하우를 물었다.
-신당동을 창업 거점으로 삼게 된 이유는.
“2019년 ‘주신당’을 오픈할 때만 해도 신당동은 젊은층이 즐겨찾는 상권은 아니었다. 이 일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단 3개 뿐일 정도였다. 하지만 더 큰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먼저 서울을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면서 대로변을 끼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인근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밀집해있고, 중앙시장과 떡볶이 거리가 있어 배후 수요도 괜찮은 편이다. 그럼에도 상권이 미완성된 상태라 임대료가 20평짜리 ‘주신당’ 기준 172만원 정도로 저렴해 얼른 선점하게 됐다.”
-최근 ‘힙한 가게’가 수두룩하지만, 콘셉트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매장 콘셉트와 인테리어를 정할 때마다 ‘나는 영화감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매장이 들어설 지역 색깔과 상권 성격을 고려해 큰 주제를 잡은 뒤, 해당 주제를 강화하면서도 약점은 보완하는 디테일 요소를 추가하는 식이다.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평소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접한 것이 도움이 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면 ‘주신당’ 콘셉트에는 신당동의 역사가 진하게 녹아있다. 조선시대 서울 한양도성 4소문 중 남문이었던 광희문이 신당동에 있는데, 광희문을 통해 도성 밖으로 시신을 옮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무당집이 많이 생겨 현재의 신당동(神堂洞)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무당집 콘셉트 칵테일바를 차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나친 종교색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인이라면 친숙하게 여길 12지신 개념을 추가했다. ‘원숭이 칵테일’, ‘양 칵테일’ 등 각 띠 이름을 딴 메뉴를 마련해 둔 것이다. 실제로 고객들마다 본인 출생년도에 맞는 12지신 칵테일을 주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더라.”
-다른 매장 콘셉트도 소개하자면.
“신당동이 떡볶이 타운으로 유명한 점을 살려, 퓨전 떡볶이 매장 ‘토보키’도 차렸다. 기존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이 서로 비슷한 이미지와 메뉴를 갖고 있는 점과 달리 브랜드를 완전 차별화하기로 했다. 먼저 떡볶이에 떡을 만드는 달토끼 캐릭터를 내세웠다. 이 토끼가 미국 NASA가 1970년 발사한 우주선 아폴로13호를 타고 가다 불시착했는데, 한국에서 퓨전 떡볶이 집을 운영하게 됐다는 스토리를 입혔다. 메뉴 역시 떡볶이에 풀드포크, 아보카도, 코울슬로 등 서양 토핑을 올리는 식이다.”
-지금까지 어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전체적인 매장 콘셉트를 도출해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개업한 뒤로는 입소문을 타기까지 버티는 기간도 힘들었다. ‘힙한 매장’을 지향하다 보니 별다른 마케팅 광고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장프리고’와 ‘주신당’ 모두 오픈 직후 3개월 정도는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동안 전문가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등 내실을 다졌다.”
-향후 사업 계획은.
“신당동에 2023년 3월쯤 카페를 오픈할 계획이다. 신당동은 지하철역 인근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위주로만 사람이 몰릴 정도로 아직 카페 수가 적다. 이런 환경에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매장명과 콘셉트는 ‘메일룸’(Mail Room)으로 정했다. 과거 손편지가 필수던 시절 우편함을 매일같이 들러도 설레던 것처럼, 고객들이 ‘메일룸’ 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비슷한 감성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내부 인테리어도 옛 유럽의 메일룸처럼 꾸밀 계획이다. 종업원들이 각 메일룸에 커피를 넣으면, 고객들이 주문할 때 지급받은 열쇠로 메일룸에서 커피를 찾아갈 수 있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최근 MZ세대를 겨냥한다면서 아무런 콘셉트도, 스토리도 없이 매장을 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선 공사판이나 다름 없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매장이 즐비한 것을 꼬집는 콘텐츠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젊은층이 원하는 ‘힙’은 예술과 다름 없다. 남들과 똑같은 형태로 모방하거나 무차별적으로 차용하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창업주 본인이 어떤 매장을 운영하고 싶은지, 그런 열망과 가치관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설 때부터 나갈 때까지 심심할 틈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매장이 어떤 형태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선물’같은 공간을 마련하면, 손님들은 기꺼이 재방문하게 된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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